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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뚜껑 열어보니…''3대社 순환차손만 3조 훌쩍''

김국헌 기자I 2009.01.29 10:45:42

하반기 유가 급락세에 정유사 원가부담↑
설상가상으로 외화부채 부담까지 가중
SK에너지·GS칼텍스, 조 단위 환차손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에 유가 환율급변이 적지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 정유사들의 사업 및 원유도입가격 구조, 외화 순부채 규모 등에 따라 그나마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양대 정유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지난 2008년에 환차손(환산손실 제외)만 해도 조단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보면 SK에너지가 영업이익을 내기는 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3대 정유사 모두 적자를 냈다.  
 
예상치 못한 유가 등락이 영업이익을 갉아먹었고, 급등한 환율이 순손실로 이어졌다. 

◇영업익 덜어낸 유가...비싸게 사서 싸게 팔고
 

정유사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친 가장 큰 변수는 정제 마진. 작년 하반기 유가가 급락한 탓에 정제 마진도 급격히 악화됐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의 지난해 등락폭은 무려 배럴당 100달러. 작년 여름 배럴당 140.7달러까지 갔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지난해 말 36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경기를 바로 반영하는 정제유는 원유보다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더 싼 기현상이 벌어졌다.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더 빨리 떨어졌기 때문.
 
이 탓에 GS칼텍스와 S-Oil이 작년 4분기에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에너지의 4분기 영업이익도 2689억원에 그쳐, 증권업계 예상치 3865억원에 못 미쳤다.
 
특히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등 정제유 비중이 큰 S-Oil이 작년 4분기에 가장 큰 영업 적자를 냈다. 배럴당 나프타 마진은 작년 3분기 -2.10달러에서 4분기 -11.65달러로, 휘발유 마진은 4.52달러에서 2.03달러로 악화됐다.
 
◇순익 갉아먹은 환율..환차손만 `조 단위`
 
▲ 지난해 두바이유 현물가격 추이. (출처: 한국석유공사)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 원유 도입 단가는 업체별 희비가 좀 갈렸다. 
 
통상 원유를 수입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개월. 한 달 사이에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 매출원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89달러에 거래됐던 두바이유가 10월 말 55달러선까지 밀리면서, 한 달새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 차이가 34달러나 났다.
 
현지 선적일 기준으로 원유를 산 업체와 한국 하역일 기준으로 유가를 지급한 업체 사이에 원유 도입단가 차이가 작년 10월 한 달에만 배럴당 34달러나 벌어질 수 있었던 것. 이런 상황에서는 제조원가와 재고증가로 매출원가 부담은 높아지고 매출액은 줄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 
 
실제로 GS칼텍스의 매출원가는 지난 2007년 19조7310억원에서 지난해 32조7178억원으로 68%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2007년 21조4683억원에서 작년 34조4242억원으로, 61% 늘었다. 
 
환차손의 영향도 컸다. 양대 정유사인 SK에너지(1조415억원)와 GS칼텍스(1조5888억원)는 지난해 조 단위 환차손을 기록했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는 외화부채(Usance)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 지난해 환율이 연초보다 60% 이상 급등해 갚아야 할 빚의 규모가 커졌다.
 
특히 GS칼텍스는 환율 탓에 지난 1981년 오일 쇼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키워드도 `유가+환율`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내다파는 정유사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동성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작년에 수출을 통해 환율 파고를 상쇄했지만, 올해에는 안팎으로 정제유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다만 두바이유 가격과 환율 변동성이 낮다면 정유사들은 실적 승부수를 걸어볼만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096770)는 올해 유가 배럴당 45~55달러, 환율 1300원 예상을 바탕으로 경영계획을 세웠다. 경기를 살펴 투자 계획을 1조~2조원 범위 안에서 유동적으로 조절할 생각이다.

S-Oil(010950)은 그보다 더 보수적인 50~60달러대 유가 전망치를 내놨다. 다만 온산 공장을 확장하는 데 올해에만 5070억원을 투자하기로 해,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48% 증가한 8658억원으로 결정했다.

작년 시장 변동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GS(078930)칼텍스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원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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