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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제가 주려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가…”(VOD)

조선일보 기자I 2007.07.12 13:11:00

‘한문학당’ 연 해남 미황사 금강 스님

[조선일보 제공] “지난 2002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더니 서울의 스님들이 웃었어요. ‘그렇게 멀고, 작은 절에 누가 가겠느냐’는 것이었죠. 그렇지만 4년이 흐른 작년엔 무려 5300여명이 미황사를 다녀갔습니다. 조계종 사찰 중 골굴사(경주) 대흥사(해남)에 이어 세 번째였지요.”

지난 9일 오후 전남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에서 만난 주지 금강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조계종 사찰 중 템플스테이에 관한 한 모범 사찰로 꼽히지만 금강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던 2000년만 해도 미황사는 수려한 풍광으로만 유명했다. 앞으로는 남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지만 템플스테이를 할만한 건물도 제대로 없었다.

금강 스님은 “거꾸로 생각했다”고 했다. 멀기 때문에 귀하고, 시설이 변변찮은 것이 오히려 산사(山寺)의 맛을 더 줄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또 큰 절이 아니고 선원(禪院)이나 강원(講院)도 없는 평범한 산사인 만큼 “속세에 부대낀 분들이 언제든 수행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원(願)을 세웠다.

▲ 해남 미황사 금강 스님


그는 주지 부임 첫 해 여름부터 ‘어린이 한문학당’을 열었다. 광주 원각사, 서울 능인선원, 전남 장성 백양사 등에서 성인과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기본 자산이었다. 또 아파트, 학교, 학원 등 콘크리트 공간에 갇혀 사는 어린이들에게 에어컨보다 시원한 산 바람과 TV·모니터보다 멋있는 살아있는 풍경을 보여주며 오감(五感)을 일깨워주자는 생각이었다. 교재는 ‘사자소학’ ‘법구경’ ‘명심보감’에서 좋은 구절을 뽑아 직접 만들었다. 아이들은 한문 공부뿐 아니라 청소, 발우공양, 탁본, 숲 산책, 해수욕 그리고 절 마당에 누워서 별 구경을 하며 7박 8일을 보냈다. 화장실, 세면장 하나도 편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겨울 방학 때 “다시 가고 싶다”고 부모를 졸랐다. 금강 스님은 “아이들은 제가 주려고 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어린이 한문학당’ 성공을 바탕으로 금강 스님은 2002년부터 일반인을 위한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상시 열었고, 2005년부터는 매월 일종의 단기출가 프로그램인 7박 8일 일정의 ‘참사람의 향기’를 열고 있다.

오는 21일에 열리는 ‘참사람의 향기’와 29일부터 열리는 ‘한문학당’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그는 “저희 절을 다녀가신 분들이 ‘미황사에서 참선수행할 때가 참 좋았다’는 기억을 가질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템플스테이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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