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아파트 분양가 인하방안과 대출규제 등을 골자로 한 1·11대책을 내놓은 지 1주일이 지났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그랬지만 이번에도 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재건축아파트는 벌써부터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정이 한 달 이상을 준비해 내놓은 분양가상한제, 청약가점제 등 공급제도 개편방안은 세부규정이 모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위해 '팔삭둥이'를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정부는 9월1일 이전 사업승인 신청(12월1일까지 분양승인 신청) 사업지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재건축은 후분양제(공정 80%)가 적용되기 때문에 9월1일 이전에 사업승인을 신청하더라도 12월1일까지 분양승인을 신청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분양승인 신청 대신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분양가상한제에 적용되는 땅값(택지비)을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택사업자들이 매입한 땅값이 대부분 감정평가금액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매입가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이는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되레 집값을 올리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떨어지면 당첨자들이 시세차익을 과도하게 챙기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전매제한기간을 확대(공공은 중소형 10년 중대형 7년, 민간은 중소형 7년 중대형 5년)해 이를 막기로 했지만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땅을 수용해 싼 값에 공급하는 공공택지는 전매제한의 명분이 있지만 민간택지는 거래를 제한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매제한기간을 늘리면 주택 유통시장이 마비돼 공급효과가 반감되는 부작용도 있다.
청약가점제의 확대 도입도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청약과열을 막고 무주택자에게 당첨기회를 준다는 명분이 있지만 기존 가입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가점제와 추첨제를 병행할 방침이지만, 이럴 경우 가점제 적용대상과 추첨제 적용대상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전체적인 일정이 당겨지면서 9월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산망 구축에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대책을 너무 서둘러 발표했다"며 "대책 발표로 불확실성이 사라지기는커녕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