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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금감위부위원장 연설문(요지)-재무학회 심포지움

조용만 기자I 2000.10.20 15:34:49
다음은 정건용 금감위 부위원장이 한국재무학회 주최 "자금경색, 어떻게 풀 것인가" 정책 심포지엄에서 행한 연설문(요지) 한국재무학회의 정책심포지엄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당초 이번 정책 심포지엄에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께서 직접 참석하시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제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97년말 이후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기업자금경색을 완화하고 금융기능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금융·기업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하여 왔습니다. 이 결과 IMF 경제 위기 직후 마비된 금융중개기능이 어느정도 복원됨으로써 실물경제의 회복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가지 국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까지 자금조달애로 현상이 나타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지난해에 비해 58%나 감소하고, 일부 우량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기업 들이 자체신용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권에 시중자금이 집중되고 있으나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 6월 이후 일부기업의 신용불안 등으로 심화된 기업자금애로에 대처하여 회사채 부분보증제도 도입, 채권형펀드 조성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힘입어 지난 8∼9월중에는 회사채 순발행이 증가하고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의 발행도 가능해지는 등 자금애로가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의 위축과 아울러 기업신용경색에 대한 우려 등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기업자금경색이 나타난 근본원인이 무엇 인지 규명해 보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근간의 기업자금경색은 과거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과정에서 고도성장기조를 유지하였고 기업도 양적성장에 치중해 온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자금시장에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지속되어 고금리 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났으며 다른 한편 우리기업들이 간접금융에 의존하였으나 자금공급에 한계가 있어 기업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지속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압축성장과정에서 과잉투자, 과다부채 문제가 기업의 재무구조 부실화로 연결되었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대기업 편중여신 등의 문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켰습니다. 이러한 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적인 취약성은 우리 경제의 경기변동에 대한 적응력을 저하시키고 안정적 거시경제 운영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IMF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에는 금융기관 등 금융시장 참가자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변화해 왔습니다. 금융기관의 신용위험 회피로 자금조달에 있어 우량기업과 여타기업의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저금리기조를 바탕으로 주식 등 직접금융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등 자금조달 패턴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금년 5월경부터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경색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자금사정이 다시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하여 시중자금이 투신·종금 등 제2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하여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위축되는 가운데 은행들도 여신 취급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기인합니다. 이와같이 은행을 통한 기업지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옥석구분이 되지 않아 기업신용리스크를 여전히 높게 인식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지원하지 말아야 할 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현상으로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은행의 클린화가 지연되고 자금공급이 제약되고 있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신용위험에 상응하여 금리가 차등화되는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것도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자금경색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온 것도 은행들이 기업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배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금융시장 자체의 체질이 약화되어 조그만 충격과 루머에도 크게 흔들리는 등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최근의 금융시장의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금융시스템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데 기인한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소규모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나라가 대외요인의 악화로 크게 영향을 받은 것도 근간의 자금경색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금년들어 미국경기 후퇴, 국제원유가 급등, 반도체가격 급락,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국내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등 직접금융시장이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따라 "외국인 투자 확대 → 주식시장 활황 → 기업 직접금융시장 활성화 → 실물경제 호전"이라는 그동안 IMF 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여왔던 우리경제의 선순환구조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봅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재의 기업자금경색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요인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우리경제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고 우리 경제에 내재되어 있는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경제전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금융 본연의 중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9월 25일 "제2단계 금융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번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병행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해 나가고자 하며 특히 기업구조조정을 우선하여 추진함으로써 기업 부실이 금융 부실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자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살릴 수 있는 기업은 확실히 살리고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여 기업신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게 자금이 원활히 유입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의 당위성 및 추진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제시된 일정대로 차질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시점에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상황인식을 가지고 발표된 일정과 절차에 따라 제2단계 금융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하드웨어부문의 구조조정과 아울러 금융기관의 위험 관리, 신용분석 등 소프트웨어 부문의 개혁도 과감하게 추진하여 금융시스템이 시장원리에 의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제2단계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정부는 5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경제의 안정기조를 다져나갈 방침입니다. 다음으로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이나 투자자가 기업신용을 제대로 판단하여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 나가는 것도 기업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중요한 과제이므로 기업의 회계처리와 경영상황 등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작성되고 투명하게 시장에 전달되도록 제도화하는 노력도 병행해 나가겠습니다. 한편 정부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금시장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하여 신용보증 확대, 채권형펀드 추가조성, 투신사 기능 활성화 등 가능한 단기대책도 병행해 나갈 방침입니다. 끝으로 오늘 한국재무학회의 기업자금 경색에 관한 정책심포지엄이 기업자금 안정과 구조조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상호 격의없이 토론해 주시고 훌륭한 정책대안을 적극 제시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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