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순매수 상위 ETF 10개 가운데 3개가 국내 운용사가 출시한 미국 지수 추종 상품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왜 미국이나 자국 시장을 두고 한국에 상장된 미국 지수 추종 ETF를 선택했을까. 업계에서는 단순한 미국 증시 상승 기대보다 ETF의 실제 거래가격과 적정가치 사이 차이를 노린 차익거래인 이른바 ‘동전 줍기’에 주목한다. 아울러 이 경우 장외 거래인 환매를 이용해 매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착시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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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승 ‘장투’ 목적?…1개 ETF는 가능성, 2개 상품 ‘글쎄’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 증시 상승을 기대한 장기 투자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다. 세 상품의 외국인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지난 16일 기준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0.11%에 그쳤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0.43%였다. 반면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은 20.42%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를 웃도는 커버드콜 ETF는 실제 물량을 보유하려는 투자 수요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나머지 두 상품은 연초 이후 대규모 순매수에도 외국인 보유 비중이 1%에 미치지 못했다.
운용업계 관계자 A씨는 “나스닥100과 필라델피아반도체 ETF는 외국인이 대규모로 순매수했는데도 보유 비중이 1% 이하에 그친다”며 “미국 주식을 사서 보유하려는 투자보다는 한국 장중에 발생하는 가격 차이를 노린 거래가 대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세 상품 중 커버드콜 ETF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 안팎으로 유지돼 실제로 쌓아두는 수요가 있다”며 “소수 해외 기관의 전략적 보유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커버드콜 ETF에서는 장기 보유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 두 상품의 대규모 순매수는 장기 투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원·달러 환율 변동을 이용한 환차익이다. 세 상품 모두 환율 변동을 헤지하지 않는 ‘환노출형’ ETF로, 미국 기초자산의 수익률에 원·달러 환율 변동이 더해져 원화 기준 수익률이 결정된다. 그러나 회수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ETF의 원화 기준 수익률에 반영된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 B씨는 “달러 기반 투자자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ETF를 매수한 뒤 다시 달러로 회수할 경우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다”며 “이를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차익거래·고빈도매매 가능성 높아”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ETF 시장가격과 적정가치 사이의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다. 한국 거래시간에는 미국 주식 현물시장이 닫혀 있지만 미국 지수선물과 환율은 계속 움직인다. 혹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ETF 시장가격에 하락 압력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 같은 요인으로 ETF 시장가격과 추정 적정가치 사이에 일시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국계 전문 트레이딩 업체들은 이처럼 가격 차이가 벌어진 ETF를 저렴하게 매수해 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 C씨는 “개인들이 지나치게 매도할 때 ETF 가격이 저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싸게 사서 비싸게 팔거나 적정가치보다 싸게 산 물량을 환매해 차익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거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 고빈도매매(HFT)와 결합할 수 있다. C씨는 이를 ‘동전 줍기’로 설명했다. 그는 동전 줍기를 두고 “한 건당 남는 금액은 적지만 수만 번, 수억 번 거래를 반복해 수익을 쌓는 방식”이라며 “해외 전문 트레이딩 업체들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홍콩·유럽 등 여러 시장에서 이 같은 거래를 한다”고 말했다.
차익거래에 글로벌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전문 트레이딩 업체 등이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은 증권업계에서도 나온다. B씨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트레이딩 데스크, 헤지펀드, 알고리즘·고빈도매매를 활용하는 자기자본매매(프랍트레이딩) 업체 등이 주요 참여 주체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은 미국 현물·선물시장과 국내 ETF 시장을 연계해 차익거래나 헤지 전략을 수행할 수 있고, 거래 규모와 회전율이 높은 ETF를 선호할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내 매수 장외 환매로 통계 착시 가능성도”
의문은 하나 더 남는다. 작은 가격 차이를 노리는 동전 줍기라면 ETF를 사들인 뒤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거래도 빈번할 텐데, 어떻게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이처럼 크게 누적되는 것일까. 여기서 주목할 것은 ETF 특유의 환매 구조다.
C씨는 “ETF는 한국거래소에서 ETF를 매수한 뒤 직접 혹은 AP를 통해 운용사에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는 거래소 매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TF는 거래소에서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와 달리 법인투자자는 지정참가회사(AP·주로 증권사)를 통해 운용사에 장외 환매를 청구할 수도 있다. 가령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만좌(16일 종가인 17만6775원 기준 17억6775만원)이나 배수 단위로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 환매를 청구하면 ETF를 운용사에 돌려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급 통계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외국계 법인투자자가 장중 거래소에서 TIGER 미국나스닥100 1만 좌를 매수한 뒤 추후 지정참가회사를 통해 장외 환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거래소 통계에는 약 17억7000만원의 매수액이 잡히지만, 장외 환매는 거래소에서 ETF를 매도한 거래가 아니므로 매도액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해당 투자자가 ETF를 더 이상 보유하지 않더라도 거래소 통계에는 약 17억7000만원을 순매수한 기록만 남는다. 이처럼 장내 매수와 장외 환매가 연계되면 실제 ETF 보유 현황과 거래소의 외국인 순매수 통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외인들이 국내에서 동전 줍기에 나서는 배경에는 한국 ETF 시장의 성장도 자리한다. 거래 규모도 커지고,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작은 가격 차이를 활용해 수익을 거둘 기회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B씨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와 자금 유입이 활발한 대형 ETF는 해외 기관의 알고리즘 매매와 상대가치 거래에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C씨 역시 “한국 ETF 시장은 거래량이 많고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외국계 다양한 트레이딩 주체들이 들어와 이같은 매매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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