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경제를 지탱해 왔던 철강, 석유화학 등 K기간산업이 백척간두의 대위기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미국을 필두로 한 관세 폭격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 규제, 고환율 공습이라는 삼중고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대외 악재가 갈수록 쌓이는 내우외환의 상황이지만, 정부가 그립을 쥐고 대외 협상력을 십분 발휘하거나 산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적극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이라는 전장의 최전선에서 총대를 메었던 기업들은 결국 각자도생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단연 관세 이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올 4월 상호관세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말 미국과 상호관세율 15% 타결을 합의했지만 정작 중요한 후속 조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결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이달 말까지 석 달을 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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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한국의 최대 철강 수출국인 EU(유럽연합)에서도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최근 50% 철강관세 인상 및 무관세 쿼터 절반 감축을 추진키로 했다. 국내 철강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 관세 인상 여파로 올해 4000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럽마저 빗장을 걸어잠그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상호관세 잠정 타결의 핵심 역할을 했던 국내 조선업은 양국 협력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위해 인력 교류, 기술 이전, 미 현지 지분 투자 등에 나설 때이지만, 여전히 규제 완화 등 키를 쥔 미국의 눈치만 살피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입항수수료에 대한 반격으로 중국이 미국 소재 한국조선소를 때리는 등 K조선업은 유탄을 맞게 됐다.
중국산 공급 과잉으로 고사 위기 직면한 석화업계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다. 정부가 발표한 ‘자율적인 사업재편 유도→구조조정 적극적인 기업에 맞춤형 지원’ 방안은 사실상 방치한 것과 같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고부가 제품 양산 등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보다는 판매할수록 손해인 나프타 중심의 범용제품을 줄이는데 급급한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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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산재(産災)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보단 글로벌 통상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묘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국회도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개정과 같은 기업 옥죄기를 멈추고 산업 활력을 위한 K-스틸법, 석화지원특별법 등을 반드시 정기국회 내 처리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는 말이 있다. 산업의 존폐를 좌우할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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