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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빵의 심장, 제빵 효모의 과학[1등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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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준 기자I 2025.06.28 10:00:00

효모=빵의 심장, 안보이나 가장 중요한 역할
효모, 당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알코올 생성
이산화탄소 폭신한 식감, 다양한 풍미 만들어
세계 효모 시장 1조원...발효 자원 확보 및 개발 경쟁

“K푸드 어벤저스가 모였다.”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탑티어 회사들이 직접 K푸드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매번 먹는 거라 익숙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우리 식품의 깊고 진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김치(대상)-만두(CJ제일제당)-유산균(hy)-빵(SPC그룹)-제과(롯데웰푸드)-아이스크림(빙그레)-맥주(OB맥주)-두부(풀무원) 등 각 분야의 1등 회사가 이름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1등의맛]을 배달합니다. <편집자주>⑫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정문영 선임연구원] 매일 아침 식탁에 오르는 식빵 한 조각. 고소한 향과 폭신한 결은 어쩌면 그저 밀가루와 오븐의 조합일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생명이 숨 쉬고 있다. 바로 효모다. 효모는 빵의 심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활발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다.

(사진=SPC그룹)
효모는 곰팡이류에 속하는 단세포 미생물이다. 수천종이 존재하지만, 식품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효모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종이다. 제빵공정에서 효모는 원료 중에 존재하는 당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이산화탄소는 반죽을 부풀게 해 폭신한 식감을 만들고, 발효 중 생성되는 다양한 향기 성분들은 빵 고유의 풍미를 빚어 낸다.

우리 인류는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자연계의 존재하는 우수한 효모를 발굴하고 끊임없이 그 특성을 진화시켜 왔다. 따라서 현재 산업적으로 사용하는 제빵 효모는 인류가 미생물을 다루는 기술을 쌓아온 끝에 만들어낸 일종의 ‘기술 기반 미생물 제품(Starter)’이다.

좋은 제빵용 효모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발효 속도가 빠르면서도 일정해야 하며, 동시에 풍미가 좋고, 잡내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빵 공정에서 수많은 기계적 스트레스(믹싱, 냉동, 해동, 굽기 등)를 견뎌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통과한 효모는 자연에선 매우 드물다. 그래서 글로벌 효모 기업들은 수백억 원 규모의 특허 전쟁을 벌이며, 각국 정부도 자국 발효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SPC그룹)
SPC그룹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빵에는, 한국에 맞는 효모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국내 자연자원에서 효모를 직접 발굴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서울대학교와의 공동연구 끝에, 누룩에서 발효 능력이 뛰어난 제빵용 효모 ‘SPC-SNU 70-1’을 자연 분리 방식으로 발굴해냈다. 이 효모는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의 빵을 만들어내는 데 강점을 보였다. 국산 효모로서 실제 상업용 제빵 제품에 적용된 첫 사례 중 하나로, 한국 제빵 산업의 기술 자립 가능성을 보여준 성공 사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SPC그룹은 자연 분리로 확보한 우수한 효모 자원을 바탕으로 유전적 교배(Mating)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효모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효모를 교배해 발효력, 풍미, 내구성 등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시도다. 특히 발효 속도는 빠르면서도 우수한 풍미를 내며, 냉동생지나 자동화된 생산 공정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슈퍼 효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우수 효모들에 대해서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 SPC는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고기능성 효모를 확보하고, 미래 식품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미생물 연구를 넘어, 우리 식문화에 맞는 고유한 기술자산을 축적하는 일이다. 글로벌 제빵용 효모 시장이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효모를 확보하기 위해 생물자원 주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학과 기술, 자연과 식문화가 만나는 이 작은 미생물의 세계에서, ‘1등의 맛’은 지금도 조용히 발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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