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직면한 한샘(009240)의 ‘소방수’로 투입된 김유진 신임 대표집행임원은 지난 1일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과 성장을 함께 챙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2일 한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취임과 함께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샘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하지만 외부 환경이 어려울수록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시장·회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운영 효율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매출 성장을 배제한 단기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없는 맹목적 매출 성장을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관심을 모았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며 “업무의 효율성 개선을 통해 전략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사이에 뒤숭숭했던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회사를 위해 능동적·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직원이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회사의 성장에 적극 기여하는 임직원이 보상받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50년 역사의 명실상부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에 합류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자부심을 느낀다. 한샘이 시장의 파고를 넘어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전에 보기 힘들었던 ‘40대 여성 대표’에 업계도 ‘관심’
김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큰 그림을 제시한 만큼 이것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당분간은 회사 내부 사정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세부적인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매출과 내실을 함께 잡아가겠다고 선언한 점에서 현재 설정된 한샘의 방향에 변화를 줄지 관심을 모은다. 한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혁신적인 리빙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당장 상황은 어렵지만 경기가 좋아졌을 때 치고 나가기 위한 투자를 단행한다는 차원이었다.
내부 직원들도 이같은 방향에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었지만 시장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한샘은 지난 2년 동안 ‘과연 업황만이 문제였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을 정도로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었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닌 좀 더 뚜렷한 방향성과 전략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전에 보기 힘들었던 ‘40대 여성 대표’가 나섰다는 점에서 비교적 경직된 것으로 알려진 한샘의 조직문화에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회사의 성장에 적극 기여하는 임직원이 보상받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층의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한샘의 사업모델이 일반적인 제조·유통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업에 대한 이해도를 빨리 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에 운영하던 화장품이나 식음료와 달리 건자재·인테리어는 설계부터 제품 생산, 설치, 사후관리(AS)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울러야 한다”며 “새로운 전략을 세울 때 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는 게 필수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