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주부 김 씨(여· 42)은 최근 11살 아들의 작은 키 때문에 걱정이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성장이 조금 늦는 것이겠거니 했지만, 고학년이 되었는데도 키가 1~2번째인 것을 보고 ‘혹시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받아 성장호르몬 주사제 치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뇌하수체’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고 조절하는 기관이다. 뇌하수체가 분비하는 호르몬이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으로 결핍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주요 증상은 출생 시 키와 체중은 정상 범주이나, 아이가 크면서 키가 3백분위수(동일 성별·연령의 아이들 100명을 키 순서로 세웠을 때 앞에서 3번째 이내) 미만의 저신장을 보이는 것이다. 또, 3세 이상에서 1년에 4cm 이내로 키가 자라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취학 전 아동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영유아 건강검진을 적극 시행하면 신장 백분위수를 알 수 있다. 초등학생 이후 아이에서 또래보다 작은 키가 걱정된다면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서 백분위수를 알아보고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소아 시기 어느 연령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키가 작다고 무조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아이가 또래보다 현저히 작다면 자연적으로 키가 자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치료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뇌하수체 형성 저하와 같은 선천성 이상, 성장호르몬의 합성에 관여하는 조절 인자·수용체의 유전자 결함으로 발생한다. 두개인두종 같은 뇌종양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특발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 외 출산 시 난산 등으로 인한 저산소증이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골 연령 측정 및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는 성장호르몬 분비 유발 약물을 투여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관찰하는 검사로, 약물을 투여했는데도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되지 않으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한다.
홍용희 교수는 “검사상 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으로 나오면,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저신장이 아닌 유전적인 요인이나 체질적 성장 지연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 반면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저신장증이라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대표적으로 ‘유전자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 제제’가 있다. 호르몬 주사는 매일 일정한 양을 자기 전 가정에서 투여하며,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지속적으로, 매일 혹은 일주일에 6일 투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홍용희 교수는 “‘유전자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 제제’는 오랜 시간 사용되었고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작용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성장호르몬결핍증이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병적으로 작을 수 있고,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므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의심되면 빠르게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