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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위기, 유리도 생산 위협…차·주류업계 비상”

김윤지 기자I 2022.08.28 14:25:58

WSJ “유럽 관련 기업, 부족 사태 대비”
재고 비축에 가격 인상도 고려
터키 등으로 제조 공장 확대 등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 유리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독일 유리 생산업체(사진=AFP)
WSJ에 따르면 유리 공예업자를 포함해 자동차 제조업체, 병 제조업체, 건설업체 등 다양한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산 가스 손실로 생산이 제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리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 정부들은 일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에 대한 비상 계획을 수립했으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유리 제조업을 올겨울 천연가스 공급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유리는 규사(모래), 소다회, 석회석 등을 고온에 녹여 만드는 데 유럽에선 에너지원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유리가 필수 부품인 회사들은 때때로 높은 비용을 들여 재고 비축에 나서기도 했다. 아우디와 포르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은 자동차 창문과 앞유리 등에 사용되는 부품의 재고를 늘리고 가스 위기 영향을 덜 받는 유럽 이외 공급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유럽 맥주 산업도 압박을 느끼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위치한 일부 병 공급 업체가 생산을 제한하자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형 맥주 양조업체인 벨틴스도 유리 가격이 90% 인상됨에 따라 내년에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 필요한 만큼 병을 사들이는 벨틴스였으나 올해는 추가 저장 공간을 임대해 한번에 1년치 물량인 5000만병을 한번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 가격이 900% 오르면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조각품, 화병, 샹들리에 등 생산이 쪼그라들었으며, 정기적으로 공장을 폐쇄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일부 대형 제조업체는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일의 대형 특수 유리 제조업체 쇼트는 4000만유로(약 535억원)를 투자해 터키에 새로운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동시에 쇼트는 천연가스의 대안으로 프로판을 비축하고 독일 공장을 위한 지하 프로판 저장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프랭크 하인리히트 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터키 공장 건립은 의료용 유리 용기의 장기적 생산을 보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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