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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국내 최초의 생활형 메타버스로서 네이버, 카카오에 이은 국내 3위의 플랫폼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메타버스를 만나 새롭게 변신하는 ‘뉴 싸이월드’를 통해 국내 인터넷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켜 보겠다고 싸이월드제트가 자신 있게 외쳤던 말이다. 그리고 지난 17일 그들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싸이월드 메타버스 ‘싸이월드 한컴타운(이하 한컴타운)’의 베타 버전이 문을 열었다.
통합 앱으로 연동 예정이었던 소셜미디어(SNS) ‘싸이월드’의 재개장이 또 한 차례 연기된 것은 회원 입장에서 분노할만 한 일이었으나, 싸이월드의 부활과 사업적 핵심 가치는 메타버스 서비스에 있기에 한컴타운의 출시는 투자자, 기존 싸이월드를 경험하지 못했던 Z세대 예비회원들에게 더 큰 관심이었다.
하지만 한컴타운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출시 시점으로 예고했던 3시 42분에 맞춰 플랫폼 접속 링크를 싸이월드와 한글과컴퓨터 각 공식홈페이지에 개방했지만,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당일 늦은 저녁이 돼서야 접속이 가능했다.
긴 기다림 끝에 접속한 한컴타운은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허탈함을 안겼다. 모양이 고정된 ‘그림’ 그 자체인 캐릭터 1개와 몇 발자국 걸으면 끝이 보이는 한 뼘짜리 맵은 ‘아바타’와 ‘스퀘어’라는 표현이 민망할 수준이었다.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나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아이고, 맵은 광활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실을 초월한 경험을 안겨주는 공간인데도 말이다.
더욱이 혼자만 덩그러니 놓인 이곳에선 게임이나 아이템 제작, 거래 등 기본적인 체험형 서비스가 단 하나도 없어, 손가락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정도가 전부였다.
아무리 ‘베타’ 버전이라지만, 최소한의 체험 콘텐츠 몇 가지는 마련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한컴타운 베타 버전은 이용자로 하여금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백지’ 상태여서 고도화를 위한 베이스 역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3200만 회원 DB는 그 어떤 신규 서비스도 가질 수 없는 큰 무기다. 싸이월드 IP는 여전히 힘이 있다. GS리테일, IBK기업은행, 다날, 초록뱀컴퍼니 등 수많은 기업이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싸이월드의 다음 행보는 더 이상 ‘실망의 반복’이 아닌, 기대했던 만큼의 ‘새로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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