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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韓·中·濠 등 아시아태평양 13개국서 '소매금융' 철수

최정희 기자I 2021.04.16 09:41:51

"경쟁할 만큼 소매 금융 규모 크지 않아"
수익성 높은 자산관리·IB·트레이딩 부문 강화할 것

(사진= 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씨티그룹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3개국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앞으론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업무를 비롯한 투자은행(IB), 트레이딩, 인수금융 등 기업 금융에 집중할 계획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씨티는 한국, 중국,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베트남, 러시아, 바레인, 폴란드 등 총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접기로 했다. 기업의 주식, 채권 발행, 인수(M&A) 금융 등의 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지난 달 제인 프레이저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강행되는 첫 번째 조직 개편이다. 그는 성명을 통해 “소매금융을 다른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사업 규모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개인 고객과 관련된 서비스를 모두 접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 런던을 거점으로 한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강화한다.

씨티는 올 1분기 79억달러, 약 8조8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3배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3.62달러로 예상치(2.60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영업수익(매출)은 7% 감소한 191억달러를 기록했다. 부실 대출 증가로 대손충당금을 38억5000만달러 쌓았다. 작년 4분기에 15억달러를 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넘게 충당금이 늘어난 것이다.

씨티그룹의 소매금융은 비용이 많이 들어 종종 주주들과 애널리스트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IB, 트레이딩 부문은 상대적으로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의 경쟁사에 비해 뒤쳐져 있다.

씨티그룹의 작년 영업수익(매출)은 약 740억달러인데 이중 소매금융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40억달러다. 총 영업비용은 430억달러인데 이중 소매금융은 30억달러를 차지한다. 기업공개(IPO)와 스팩상승 붐, 주식 매각 등에 IB부문 수익은 46% 증가했으나 트레이딩 부문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트레이딩 부문에서 골드만삭스가 47%, JP모건이 25%,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7% 증가한 것에 비해선 보합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나마 씨티그룹은 비용 통제를 강화했다. 영업비용은 4% 증가한 111억달러에 그쳤다.

고객을 기업과 개인으로 나눠보면 기업 고객 관련 이익은 64% 증가한 59억달러에 달했다. 물론 수익은 2% 감소한 122억달러에 그쳤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은 1년 전 7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2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으로 따지면 이 역시 14% 감소한 70억달러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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