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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태주·조은산, 수고하셨어요"...'모두까기'가 인정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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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기자I 2020.08.31 09:06:5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무 7조 상소문’을 올려 화제가 된 진인(塵人) 조은산 씨가 림태주 시인의 ‘하교’에 반박한 가운데,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 전 교수는 31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두 사람의 논쟁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싸움을 이렇게 하면 풍류가 있잖아”라며 “두 분, 수고하셨어요”라고 덧붙였다.

대표적 진보 논객이었던 진 전 교수는 조국 정국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며 ‘모두까기’의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조국 흑서’라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시인 림태주(사진=페이스북)


‘평범한 30대 가장’의 시무7조 상소문, 공개되자 20만 훌쩍

앞서 조 씨가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이른바 ‘시무 7조’ 청와대 국민청원이 공개 전환된 지 하루 만에 20만 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이로써 30일 안에 20만 명에게 동의하면 청와대나 관계부처가 답한다는 기준을 충족했다.

해당 청원은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조 씨는 부동산 정책, 세금 문제, 인사 등 7가지 조항을 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어느 대신은 집값이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고,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찬물을 끼얹었다”라는 등이라고 일갈하는 등 긴 글로 호소했다.

이 청원이 처음 등록된 건 지난 12일이었지만 글은 보름 여간 청원 게시판에 공개되지 않았다.

청원은 사전 동의 규정에 따라 100명 이상에게 사전 동의를 받은 후 청와대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된다. 공개 전에 글을 보려면 직접 해당 청원의 인터넷 주소(URL)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시무 7조’ 청원은 4만여 명 넘게 동의한 지난 27일 오전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공개를 안 하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검토 끝에 지난 27일 이 청원을 공개했고 공개 하루 만인 28일 오전 9시 20분께 20만 명 넘는 국민이 이 글에 동의했다.

이 청원을 작성한 조 씨는 블로그를 통해 “길고 지루한 넋두리에 불과한 글이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관심과 응원의 말들과 동의를 받게 돼 벅찬 마음을 감출 수 없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얕고 설익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천한 자가 써 내려간 미천한 글이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라며 “감사하다. 수고스럽게도 찾아가 동의해주신 많은 분께 고개를 숙여 제 마음을 전한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평범한 30대 가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현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과거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림태주 시인의 ‘하교’… 이내 삭제

림태주 시인이 지난 28일 SNS에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며 조 씨의 상소문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너의 시무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며 “나는 바로 말하겠다.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 언뜻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며 “세상에는 온갖 조작된 풍문이 떠돈다”고 했다.

림태주 시인은 또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내가 나를 경계하듯이 너도 너를 삼가고 경계하며 살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러한 내용의 글은 31일 오전 현재 그의 SNS에서 삭제된 상태다.

1994년 등단한 림태주는 ‘시집 없는 시인’으로,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1만3970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2014년 펴낸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에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의 추천사를 싣기도 했다.

조은산 ‘응수’하면서도 “용서해달라”

조 씨가 전날 블로그에 림태주 시인의 ‘하교’에 응수하고 나서면서 또다시 눈길을 끌었다.

조 씨는 “지난날 네가 남긴 글을 보니 나에게 던져진 독설은 독설이 아님에 고마웠다”면서 “나는 너의 글을 읽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와 논리를 배제하고 네 글에 담긴 유려함을 먼저 보았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조 씨는 “너의 글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것은 흉하다”며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뺏는 쪽이더냐 빼앗기는 쪽이더냐 임대인이더냐 아니면 임차인이더냐 다주택이더냐 아니면 일주택이더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조 씨는 “스물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며 중학교 다닐 무렵부터 배달일을 시작해 공사판을 전전하여 살아남았다”면서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으며,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그것이 네가 말하는 조은산의 진실이고 삶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글을 맺으며 “펜과 펜이 부딪혀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 잠시 인과 예를 잊었다. 또한 건네는 말을 이어받음에 경어를 쓰지 못했다”며 “제가 한참 연배가 낮다. 진심으로 사죄드리니 용서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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