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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새판짜기]풍파에서 살아남은 송용덕 부회장…2인자 '우뚝'

함지현 기자I 2020.08.17 14:00:00

1955년생 황각규 의장과 동갑…세대교체 바람에도 굳건
꼼꼼·신중하게 내부 살림 챙겨…인사권 쥔 실세 역할도
신동빈·조직 신망 두터운 덕장…'상장' 숙제 호텔 잘 알아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롯데지주)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과 세대교체라는 거친 풍파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송 부회장은 1955년생으로 올해 만 65세. 지난 13일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황각규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과 동갑인 ‘노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 칼날에서 살아남으면서 향후 명실상부한 롯데의 ‘2인자’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송 부회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황 부회장 보다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 듯한 느낌을 준 것이 사실이다. 황 의장은 신 회장과 30년 이상 함께해 왔고 최근까지도 그룹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업무를 맡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의장이 부회장에서 물러나자 송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유일한’ 2인자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동우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황 의장이 맡았던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두 사람이 동등한 구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신임 대표이사가 신 회장에게 보고를 하기 전 송 부회장과 먼저 협의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송 부회장이 좀 더 지근거리에서 신 회장을 보좌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업무가 나눠져 있는 만큼 이 대표가 송 부회장에게 보고를 하는 시스템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이 대표는 계열사에만 있다 지주에 처음 오다 보니 경험이 많은 송 부회장이 여러 조언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부회장을 명실상부한 그룹 내 2인자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롯데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도 정기임원 인사에서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로 발탁된 이후 인사·노무·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해 왔다. 롯데라는 재계 5위 그룹의 집안 살림을 책임져 온 것이다.

특히 그룹 내에서 인사권을 가졌다는 것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인사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럼에도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고, 이를 바탕으로 신 회장이 큰 틀을 제시하는 데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핵심 인사로 꼽힌다.

신 회장을 비롯한 조직 내부 그리고 외부에서도 ‘덕장’으로 인정받는 품성도 눈여겨볼 만 하다. 새판짜기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안정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내부를 다지는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하므로 부드러운 리더십은 큰 장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직원들에게 친근하고 소탈하며 수평적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점도 조직 문화 혁신을 강조하는 신 회장의 뜻과 맞닿아있다.

조용하면서 신중한, 그러면서 경영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그의 스타일은 과거 신 회장이 가장 신임하던 ‘복심’ 이인원 전 부회장과도 닮아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의 총애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부회장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최초의 인물로 ‘신동빈의 남자’로 불렸다. 단, 지난 2016년 ‘형제의 난’ 수사 과정에서 세상을 떠났다.

호텔에 대해 잘 안다는 점 역시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전환의 마무리를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천명했다. 송 부회장은 호텔에서만 4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고 상장 작업을 추진할 당시 깊이 개입하기도 했다. 남겨진 숙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되는 인물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워낙 자신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지만 롯데그룹 내에서 가장 경험이 많다 보니 내부 살림을 챙기면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며 “조직의 안정감을 위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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