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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뮤직 서비스 ‘바이브(VIBE)’가 이용자가 들은 음원에 대해 해당 음원 저작권자(아티스트)에게만 요금을 정산하는 ‘착한 정산(이용자 중심 정산)’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기대감 만큼 비판 여론이 거세다.
네이버의 새 정산 방식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뮤직 서비스 회사들이 저작권자들에게 사용료를 정산했던 과거 방식(비례배분제)과 다르다.
내 돈이 내가 듣는 음악을 만든 아티스트에 그대로 간다. 한 달에 7000원~1만원쯤 하는 음원 정액제 상품에 가입한 사람 중 인기곡보다 인디 밴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과거 방식에선 내 돈 중 일부가 인기 아티스트에까지 전달될 가능성이 있지만, 바이브 방식은 그런 우려가 없다. 온전히 내가 들은 아티스트에 전달된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 ‘바이브’가 착한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정말 그럴까. 저작권 업계와 뮤직 서비스 업계에선 논란이다. 네이버의 새 정산 방식이 천편일률적인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을 다양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네이버가 생태계의 뒷단인 정산 방식을 저작권자들과 협의 없이 마케팅 재료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6개월 무료 이벤트를 진행해 오히려 생태계를 붕괴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취지에 공감..저작권자들과 협의 없어 한계”
유재진 한국음반산업협회 국장은 네이버 바이브의 새 정산 방식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저작(인접)권자들과 협의 없이 발표된 점을 지적했다.
유 국장은 “현재의 정산방식은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지만 이용자중심 정산은 재즈처럼 길이가 긴 음원이 (재생 횟수당 정산받는)과거 방식에서 피해입었던 걸 보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착된다면 월 1만원 스트리밍 무제한이라는 단일 상품이 재즈, 클래식, 키즈 등으로 다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사실 정산은 뒷단의 일이고 저작권자들과 합의해야 하는데, 네이버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격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거부 반응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네이버는 상반기 중 새 정산 방식을 원하는 곳과 도입하고 기존 방식도 유지한다고 했지만, 발표이전 협의가 없었다는 얘기다.
“착한 기업 이미지 업고.. 6개월 무료 생태계 파괴라니” 반발도
일각에선 이용자별 정산방식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나 더 큰 논란은 바이브의 ‘6개월 무료’ 이벤트다.
A사 관계자는 “이용자별 정산도 많이 들을수록 해당 아티스트에 사용료가 많이 지불되는 원리여서 음원 소비를 부풀리는 사재기를 막기 어렵다”며 “현재의 정산방식은 스포티파이, 애플, 아마존을 포함해 전세계 70%에서 통용된다. 네이버는 홍보하기 전에 새 정산 방식이 인디밴드 등 저작권자들에게 도움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부터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새 정산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음원 수익 공정 배분’ 화두를 던져 네이버 바이브를 이용하고 싶게 만든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업계 최초로 6개월 무료 프로모션(정상가 7500원)을 진행하는 건 논란이 뜨겁다.
B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음악 생태계 투명 정산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6개월 무료로 가입자를 모집해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면서 “공정 정산도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갈 적정한 음원 가격이 있어야 가능하다. 네이버는 그걸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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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시장의 심각한 저가 경쟁은 지난해 SK텔레콤 ‘플로’가 첫 달 100원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뒤 멜론(2개월 50%할인), 지니뮤직(첫 달 100원이후 6개월간 36%할인), 벅스(페이코 6개월 50% 할인)등이 잇따랐고, 급기야 네이버 바이브 6개월 무료까지 나왔다.
그러나 ‘플로’의 시장점유율이 10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던 지난해 7월 19.8%에서 프로모션이 끝난 올해 2월 17.8%로 줄었듯, 저가 경쟁의 끝은 악순환일 뿐이다.
음악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사업자 스포티파이의 국내 입성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 회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차별화된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상생의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무료 프로모션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