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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세론, 더 강고해질까 vs 소멸할까

선상원 기자I 2017.01.28 21:53:53

지지율에서 반기문 9~17% 앞서며 대선정국 승기 잡아
대세론 유지여부 관심, 3대 변수가 문재인 운명 결정
민주당 경선·호남민심·제3지대 구축, 결국 문재인 몫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설 민심의 화제는 단연 ‘문재인 대세론’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설날을 맞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전후의 지지율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9~17%포인트 가랑 앞서며 대선 정국의 승기를 잡았다. 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거의 50%에 달할 정도로 대세론의 맹위가 만만치 않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과의 양자대결이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포함한 3자 대결이든 모두 크게 앞섰다.

지금 당장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해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는 설날인 28일 경남 양산 통도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세론에 대해 “저와 민주당이 잘해서 대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촛불민심, 국민의 마음이 워낙 절박해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이라며 “제가 그 마음을 잘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전 대표는 대웅전에서 삼배를 하고 ‘국태민안’이라는 글귀가 쓰여진 난 화분을 불단에 올렸다.

문 전 대표 언급처럼, 촛불정국에서도 20% 초반 박스권을 맴돌던 지지율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된 지난해 12월 9일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3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새해 들어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문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40%를 넘는 민주당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세론이 설 연휴를 지나서도 유지될까.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구축 등 대선구도를 흔들 정치권 빅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문재인 대세론은 한 동안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변수는 있다. 우선 민주당 경선이다.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이길 게 확실시되지만,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도전을 쉽게 볼 일은 아니다. 선거인단 참여를 원하는 국민과 당원들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만큼, 예전 2002년 ‘노무현 돌풍’처럼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 비문계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김부겸 의원까지 경선 불참을 결정하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고 해도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 친문 패권주의로 인해 문재인 대세론이 꺾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선출될 확률이 90%를 넘는다. 이재명 시장으로 인해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정서가 젊은층 사이에서 많이 희석됐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흔들리는 호남 민심도 불안한 요소다. 호남 지지율이 40%를 넘나들고 있지만, 20~30%에 달하는 안 전 대표 지지율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정권교체 때문에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같은 이유로 안 전 대표나 다른 후보로 옮아갈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발언과 정책,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50~60대 장년층은 여전히 문재인 비토정서가 강하다. 전주에 거주하는 김 모(57)씨는 “지금도 빈번하게 말바꾸기를 한 문재인에 대해 신뢰가 안 간다. 정권교체 때문에 문재인을 생각하고 있지만, 안철수나 손학규 등이 뜬다면 그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와 친문계를 배제한 제3지대 구축도 위협요인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전 개헌과 분권형 대통령제, 임기단축 등을 제안하며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만나 세력규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전날 반 전 총장을 만난 손 의장까지 보수적인 정치세력에 기반을 둔 구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연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은 물건너 갔다. 반 전 총장은 조만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중 한 곳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고, 야권에서는 국민의당과 손 의장의 국민주권개혁회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연대하는 수순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구도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다만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 손 의장의 국민주권개혁회의가 공동정부를 전제로 연대에 나설 수 있다. 두 세력이 연대하면 대선구도는 사실상 양자구도로 급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지역 인사는 “안철수 손학규 등 야권주자가 후보로 나오고 여권의 반기문이 지원하는 구도라면 유권자들이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문재인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이 안철수, 손학규와 손을 잡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세론은 결국 문 전 대표와 민주당에게 달려있다. 더 강고해질지, 아니면 사라질지는 오로지 문 전 대표의 몫이다.

통도사 주지 스님과 인사하는 문재인 (서울=연합뉴스) 야권의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8일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양산 통도사를 방문, 영배 주지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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