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이메일에서 직원들의 고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으며,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했고,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을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원 수를 20%까지 줄이고 고문과 자문직을 없앨 것을 이사회에 건의하겠으며,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본인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메일 전문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입니다.
오늘 저는 이사회에 kt 대표이사, 회장직의 사임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안에 후임 CEO를 선정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근 일련의 일로 저는,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미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제가 부덕했던 탓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여러분.
지난 4년 동안 저는 KT의 성과가 곧 대한민국의 성과이며, 투명하고 혁신적인 회사로 KT를 거듭나게 하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임해왔습니다.
급변하는 시장과 험난한 경쟁 속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함께 노력해 주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합니다.
재벌이 아닌 기업도 치열한 전장에서 당당히 겨뤄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여러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지금 KT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뚝 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IT시스템의 혁신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글로벌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던 때에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돼 회장으로서 참담한 마음과 함께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사회에서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저는 모든 혼과 힘을 기울여서 중요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후임 CEO께서 개선된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마무리하겠습니다.
KT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저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물러나는 CEO로서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임원 수 20% 줄이고 고문·자문직 폐지 건의할 것
지금 우리 회사는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KT가 많은 혁신을 이뤄왔지만, 현재 우리의 사업과 인력구조로는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통신산업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구리선에서 브로드밴드로, 통신이 아닌 IT컨버전스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네트워크만 잘 깔면 고객이 모이던 시절에서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 국내에 머물면 죽고 글로벌로 나가야 활력을 찾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갭을 줄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경영성과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적극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죽는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인다는개선을 올해안에 이뤄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기여해주셨던 고문님들과 자문위원님들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과 죄송하다는 마음, 함께 표합니다.
한편 우리는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 되기 위한 추가적 인력보충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성중심의 인력보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배당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사회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LTE투자와 BIT투자 사업이 완료되어 내년도 투자 소요는 현재 4조원에서 3조원 대로 조정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되면 KT의 경쟁력과 수익력은 내년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프리카 등 글로벌 진출 성공적
저는 이 기회를 빌어 KT가 꾸준히 추진해온 글로벌 진출 기회가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드릴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시도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르완다에서 개최된 TAS 기간 중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은 해당 정부와 함께 초고속 정보화 고속도로를 만들고 운영할 뿐 아닐, 그 고속도로 위를 가득 채울 가상재화, 솔루션 등 화물도 개발해 내는 일명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입니다. (중략)
아프리카에서 다시 입증된 KT만의 저력, 르완다의 고위관료들이 극찬할 정도의 올바른 매너와 태도, 그리고 뜨거운 열정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잠재력을 보여준 여러분들에게 고개숙여 고맙다는 뜻을 전합니다. 그러한 여러분들과 함께 일했다는 사실은 지난 4년간 저를 지탱해준 자신감의 원천이었습니다.
◇KT는 투명한 기업…제 급여도 공개할 것
우리 KT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몇 안 되는 대한민국 기업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류 회계법인의 엄격한 회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서 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한 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동안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기업이 되도록 우리는 뼈를 깎는 혁신을 해왔습니다.
그간의 일들로 여러분들이 공들여 만든 회사의 이미지가 피해를 받은 점 가슴 깊이 사과드립니다. 땀과 눈물로 일궈낸 KT의 역사가, 여러분들의 자부심이, 이번 일로 인해 더 이상 상처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 급여도, 처분이 지극히 제한되는,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습니다. 저는 전임사장의 급여체계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저는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제 남은 모든 에너지를 다해 KT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KT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노동조합 간부 여러분, 어려운 가운데 KT의 사외이사를 맡아주신 이사님 여러분, 그리고 주주 및 고객 여러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013년 11월 3일 KT 회장 이석채 드림
▶ 관련기사 ◀
☞ 이석채 회장은 누구인가..5년 새 바뀐 평가
☞ 전방위 압박, 이석채 결국 사의...후임은?(종합)
☞ 이석채 회장, 이사회에서 전격 사의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