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에 숨겨진 지리학의 비밀은?

김용운 기자I 2012.01.02 11:09:16

앵글 속 지리학 상·하
손일|232·252쪽|푸른길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9일자 27면에 게재됐습니다.

▲ 2006년 6월 저자가 백두산 천문봉 부근에서 찍은 천지 사진. 왼쪽에 위치한 천문봉은 용암이 공중으로 폭발하면서 식은 부석으로 이뤄졌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젊은 시절 골프가 취미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나이 쉰이 넘어서도 골프장 회원권이 없다면 골프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 서른세 살에 지방 국립대 전임강사가 됐다. 전임강사 연봉으로 골프에 대한 원칙을 지키기는 어려울 듯했다. 그래서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등산을 선택했다. 마침 사진에도 취미가 있었다. 게다가 전공이 지리학이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산에 올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저자는 하천지형학·지도학·산지지형학을 전공하고 현재 부산대 지리교육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여년 전 골프 대신 산에 올라 찍기 시작한 사진들이 훗날 `지오포토`라는 합성어로 묶여 어엿한 책으로 나오게 될지 그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오포토란 지오그라피(geography)와 포토그라피(photograph)를 합친 단어로 지리학적 소통을 위해 지리학적 콘텐츠를 담은 사진을 뜻한다.

그동안 저자가 전국 산야를 누비며 찍은 사진들은 단순히 멋진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교과서에 실린 감입곡류, 석호, 구하도, 우각호, 용암대지, 해안 라피에, 삼각주, 분화구, 칼테라 호, 용암대지 등 지리학적 용어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오포토를 담기 위해서였다.

이는 지리교과서나 참고서 등에 실린 사진들이 미덥지 않았던 탓도 크다. 지리학적인 검증 없이 풍경 위주로 찍은 사진으로 구색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역으로 국내 명승지의 사진을 담은 사진작가의 책들은 그 풍경에 대한 감상만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진작가들이 꽃과 나무는 알아도 그곳의 지리학적 의미까지 상세히 파악한 뒤 설명을 붙인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저자는 제대로 된 지형사진을 통해 지리학의 개념을 전달하고 명승지의 지리학적인 의미까지 담고 싶었다. 그 바람이 책으로 구체화됐다. 엄선된 200장 사진에는 촬영일자와 촬영카메라 기종이 따로 기재됐다.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향으로 몇시쯤 찍었는지, 무슨 해프닝이 있었는지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만큼 책이 팔리면 좋겠다고 서문을 적을 정도로 솔직한 저자의 글은 읽는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땅에 대한 애정과 인간에 의해 훼손되는 국토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져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앵글 속에 담긴 우리네 산하가 별다른 꾸밈없는 정직한 사진만으로도 그저 아름답고 저릿저릿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이 땅의 지리학자가 전해주고 싶었던 평생의 메시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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