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성우기자] 한화엘앤씨(L&C, 한화종합화학)가 500억원을 들여 한화증권(003530)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다.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화L&C는 한화증권 지분 12%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급부상한다.
◇ 한화L&C, 11월 29일부터 한화증권 주식 매입 개시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L&C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이내에서 한화증권 보통주를 장내(중개 한화증권)를 통해 추가 매입키로 결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결의일 당시 한화증권 종가 1만8500원을 기준으로 한화증권 보통주(3735만5651주) 지분의 7.24%인 270만2703주를 살 수 있는 규모다.
한화L&C가 500억원 내에서 이 가격대로 한화증권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면 한화L&C는 기존 보통주 지분 6.44%(270만2703주)를 합해 13.68%(511만110주)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화증권 우선주(480만주)를 합한 전체 발행주식(4214만주) 대비로는 12.12%로 한화L&C는 한화석유화학(009830)을 제치고 한화증권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한화증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34.51%(한화L&C 결의일 당시 기준)로 최대주주인 한화석유화학이 11.15%를 보유한 가운데 한화리조트(6.79%), 한화L&C(5.71%), 한화테크엠(3.32%) 등이 뒤를 잇고 있었다.
◇ 한화석유화학 제치고 한화증권 최대주주 부상 가능성
한화L&C의 한화증권 주식 매입은 이미 시작됐다. 한화L&C는 이사회 결의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에 한화증권 보통주 9만7324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한화L&C가 지난달 29일에 이어 30일, 1일에도 추가로 사들였다"며 "500억원에서 현재 얼마나 소진됐는지는 향후 공시 등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아직도 절반을 훨씬 넘는 자금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식 매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한화증권 매수창구를 보면 대략적인 매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L&C는 옛 한화종합화학으로 바닥장식재, 플라스틱 창호, PVC 타일 등의 건축 내외장재와 각종 플라스틱필름, 산업자재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그룹 계열사다.
자본금은 300억원(발행주식 500만주, 액면가 5000원)으로 한화석유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총자산이 8032억원(9월말 현재), 자기자본은 3254억원으로 올 3분기까지 매출 6687억원, 영업이익 332억원, 순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 유가증권 투자수익, 금융지주회사 연관 가능성 촉각
한화L&C가 대규모 자금을 들여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주식을 대량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도 시장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가증권 투자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도 "지난달 말 3만원대로 올라섰던 주가가 최근 1만원대로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2009년 2월)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빅뱅'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화증권의 기업가치 향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증권을 비롯, 대한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000370), 한화투자신탁운용, 한화기술금융, 대생보험심사, 대한티엠에스 등 7개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한화증권은 한화그룹의 생보·손보·증권 등 3대 금융업종을 연결하는 '금융네트워크' 전략에 따라 판매채널 확대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주목받는 계열사다.
또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는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계열사들이 한화증권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그만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원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