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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도전과 비전)②삼성! 삼성을 넘어서라

좌동욱 기자I 2007.01.03 13:34:28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위기의식, 혁신과 변화, 창조"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매년 신년사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87년 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도, 93년 신경영을 선포할 때도 이 회장은 이 단어들을 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1등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순간 주저 앉는다"며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에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변화를 주도해야 살아남는다`는 이 회장의 신념으로 삼성은 지난 2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87년 말 13조5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2005년 144조로 약 10배, 같은 기간 세전이익은 19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63배 커졌다.

2005년 총 자산규모(금융감독원 집계)는 214조원으로 LG, 현대차, SK, 포스코 등 4대 그룹 자산을 모두 합친 186조원보다 27조원 이상 큰 규모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1년 4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5년 내 소니를 추월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3년 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이익 면에서 소니를 모두 앞질렀다. 2005년 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7조6000억원으로 소니 1조5000억원의 5배에 이른다.(표 참조)

삼성전자의 매출과 이익 창출능력은 소니 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IT기업과도 어깨를 견준다.

삼성전자의 매출 규모는 IBM(91조원)에만 약간 뒤질 뿐, 소니, MS, 인텔, 모토로라 등을 모두 앞서고 있다. 영업이익은 마이크로소프트(15조원), 인텔(12.1조원), IBM(8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모토로라(4.7조원), 노키아(4.6조원)를 능가한다.

◇이건희 회장 "또 다시 위기, 등줄기 식은 땀"

삼성은 이제 남의 뒤만 열심히 쫓아왔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길을 내며 가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이 회장이 `창조`를 새로운 화두로 들고 나온 것도 `삼성의 경쟁자는 삼성`이라는 상황인식을 깔고 있다.

그는 지인들에게 "삼성의 미래를 생각하면 등에 식인땀이 흐른다"고 종종 털어놓는다. 지난해 말 노무현 대통령과의 접견 때도 "5년, 10년 뒤 먹고사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이 이 처럼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는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세계 메이저 경쟁 기업들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평면 TV, 휴대전화 시장도 레드 오션화되면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

원자재가, 유가, 환율 등 외부 경영 환경도 삼성에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외부 경영 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무선통신 사업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찾는 문제는 그룹 차원의 숙제다.

◇삼성전자, 성장동력 둔화..수익 2000년부터 `정체`

▲ ▲삼성전자 매출액 추이(단위: 십억원)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04년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5% 감소했다. 올해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00년 9조원 수준에서 6년째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2000년 이후 평균 10% 이상씩 증가하던 매출(연결 기준)도 2004년부터 80조원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0년 20% 수준에서 지난해 9.3%까지 떨어졌다.

▲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이(단위:십억원)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거 10% 이상씩 성장하던 모습을 현재 기대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전체도 상황도 마찬가지. 전체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은 부침이 심하다.

매출은 2003년 121조원, 2004년 135조5000억원, 2005년 145조5000억원으로 평균 1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세전이익은 10조3000억원, 19조원, 12조원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삼성의 성장동력이 최근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삼성의 월드베스트 전략이다

삼성의 월드 베스트 상품은 2001년 18개에서 2006년 21개로 정체되고 있다. 이는 과거 삼성이 밝힌 목표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은 지난 2002년 이건희 회장 주재로 전자 사장단 회의를 개최, 5년 내 월드베스트 상품을 30개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아라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사업인 반도체, 휴대전화 , 평면 TV 사업을 잇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반도체, 무선통신을 이을 신사업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한 차례 끌어올릴 수 있는 돌파구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휴대전화, TV 사업은 삼성전자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선진 기업을 쫓아가는 추종자가 아닌 창조자로서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시키는 것도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다. 현재 삼성전자 매출 구조는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생활 등 5개 사업부로 다각화돼 있으나 영업이익은 반도체총괄에서 약 70%가 나오고 있다.(표 참조)

한해 걸러 적자를 내고 있는 생활가전 사업부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당면과제.

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은 지난 2003년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영업 이익률을 내고 있다. 국내 경쟁회사인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이 같은 기간 4.1∼10.1%의 영업이익률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非전자 계열사 글로벌화도 과제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년간 삼성은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성장을 위한 투자도 전자 계열사에 집중됐다. 2005년 삼성그룹의 전체 투자 20조8000억원 중 절반 가량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이후 8년간 삼성전자를 제외한 11개 상장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본 결과 계열사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삼성 계열사, 뜨는 기업 지는 기업` 참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당면과제. 특히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공업 계열사나 삼성토탈, 삼성정밀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은 관련 사업 경기, 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실적 부침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째 과제로 위기관리시스템을 꼽았다.

전자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경우 삼성전자의 품을 벗어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삼성전자의 LCD 사업부와 경쟁해 생존해야 하는 힘겨운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광고· 마케팅도 LCD TV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SDI는 올해 50인치 이상 PDP TV 시장을 수성, LCD 진영의 공세를 막아낸다는 막아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 수익을 창출할 2차 전지와 AM OLED 제품의 성공 여부는 중장기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반면 삼성테크윈은 디지털 카메라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사업 전망이 밝다. 현재 5위권 수준의 디지털카메라 세계 시장 점유율을 올해 3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이 유가, 환율, 북핵 등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올해는 외부 경영 변수에 관련없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계열사들이 올해 각 회사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재정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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