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2020년 3월 6일. 자정을 6분 남기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 재석 185명 중 여야 의원 168명이 찬성했다. 8명은 반대, 9명은 기권했다.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시기였다.
하물며 렌터카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2020년 2월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지속될 가능성이 열린 상태였다. 그런데 정치권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없애기 위해 ‘소급 입법’까지 밀어붙였다. 타다 등 차량 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분신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긴 했지만, 여야가 25만 명에 이르는 택시기사들 표를 의식해 혁신 성장의 싹을 잘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도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의무라고 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 조정에 손을 놨다.
결국 한 달 뒤인 4월 11일 0시를 기점으로 타다는 운행을 멈췄다. 새로운 이동 수단을 제시하겠다면서 출범한 지 551일 만이었다. ‘정치’가 ‘미래’를 막은 순간이었다. 박 의원은 ‘타다금지법’을 ‘모빌리티 혁신법’이라 주장했지만, 혁신을 ‘거부’한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다. 코로나 이후 택시 대란이 발생해 택시 잡기는 더 어려워졌고, 모빌리티 서비스는 사실상 정부 규제에 따른 택시 면허 기반 사업에 머무르고 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지난 1일, 대법원은 타다의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뒤늦게 민주당 내에서도 “타다금지법은 입법 실패”라는 반성론이 나오고 있지만, 타다의 사업 모델은 사라져버린 후다.
더 큰 문제는 법률 서비스(로톡), 부동산 중개(직방), 세무(삼쩜삼) 등 기존 업계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제2 타다’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와 갈등이 끊이지 않고, 국회엔 일명 ‘직방 금지법’이라 불리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이번 판단을 계기로 그의 말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