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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첫해로 돌아간 소비…뾰족수 없는 정부

조용석 기자I 2023.03.05 17:00:00

1월 소매판매액지수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
기업·개인 모두 지갑 조이며 고가 내구재 소비 위축
‘내수진작책이 물가만 자극할라’ 진퇴양난 기재부
“유통업계가 직접 소비자 구매 심리 자극해야”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김은비 기자]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경기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 이어 내수가 동시에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5%대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내수진작책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 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자료 = 국가통계포털)


◇1월 소매지수 2020년 12월 이후 ‘최저’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2023년 1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3.9로 2020년 12월(101.0)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첫해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소비부진이 계속되면서 경기 현재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1월 소비는 내구재, 준내구재(의류 등), 비내구재(음식료품 등) 모두 전월대비 모두 꺾였으나, 가장 위축된 것은 승용차·가전제품처럼 장기간 사용하는 고가 상품군인 내구재다. 1월 내구재 소비지수는 99.1로 역시 코로나 첫해인 2020년 7월(95.6) 이후 가장 낮았다. 개인 소비자의 고가소비가 크게 위축됐고, 기업의 투자지출 역시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소비부진 이유를 복합적으로 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수출 뿐 아니라 산업이 전반적으로 안 좋고, 주식·주택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금리는 올라가고, 물가도 올랐다”며 “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역성장 상황이라 소비 여력이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모습(사진 = 뉴시스)


◇‘내수진작책, 물가만 자극할라’ 진퇴양난 기재부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소비쿠폰이나 신용카드 캐시백 또는 코로나 상생국민지원금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이나 개별소비세 인하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상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해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이다. 대통령실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규정된 식사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결국 내수진작이 큰 이유다.

다만 이같은 내수진작 대책은 모두 물가를 크게 자극할 위험성이 크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소비진작책 대신 이미 시행중이었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감면이나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연장 등 소극적으로 움직인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다. 물가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성장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기재부는 소비부진이 길어지자 내수진작과 물가자극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진작책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벌써 정부 내부에서는 만약 김영란법상 식사비 한도가 인상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원 형태 소비진작은 물가인상과 연결될 수 있어 서민에게는 똑같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행사로 제조업계 또는 유통업계가 파격적인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 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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