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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기무사 '상징', 2:8 가르마·검정색 정장 사라졌지만…

김관용 기자I 2018.09.09 15:10:1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요원들은 현역 군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이 작성하는 보고서 한 장이 진급에 결정적 역할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보안 감사라는 명목으로 기무사 요원들이 아무때고 사무실에 찾아와 문서 제출을 요구할 때에도 아무 소리 못하고 내줘야 했습니다. 기무사가 가진 수사권 앞에 수만명의 병력을 호령하는 장군들도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무사 요원들의 특징은 2대 8 가르마와 검은색 정장입니다. 이들은 보통의 군인들 보다 머리카락이 깁니다. 머리에 제품을 발라 잘 빗어 넘긴 모양새였습니다. 또 계급과 상관없이 군복이 아닌 정장 차림이었습니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정보수집과 수사 임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가봐도 기무사 부대원들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행색이었기 때문에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과천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본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기무사 폐지 이후 새롭게 태어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원사)는 이같은 부대원들의 특권의식을 없애기 위해 현역 신분인 부대원들의 군복 착용을 명문화 했습니다. 부대 훈령에 “안보지원사 소속 모든 군인은 부대 내에서 군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또 새로 취임한 남영신 사령관은 전 부대원들의 헤어스타일을 단정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옛 기무사 요원들의 ‘상징’이었던 2대 8 가르마를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안보지원사 소속 부대원들은 현역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군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안보지원사는 부대원들이 공개석상에서 계급이나 직책에 맞지 않는 좌석에 앉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작전부대 회의 및 간담회 등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특히 안보지원사는 군인 및 군무원의 동향 관찰 임무를 폐지했습니다. 그동안 군 관련 인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동향 파악을 통해 이른바 ‘존안자료’를 만들었지만 이를 축소해 필요한 신원조사만 하겠다는 것입니다. 부대 훈령은 신원조사 형태의 인사 검증 가능 대상을 △장성급 장교와 장성급 장교 진급대상자 △보안·방첩 등의 문제 식별자 △국방부장관이 지정한 주요 군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대령급 지휘관 △3급 이상 군무원 및 대국가전복 관련 부대 지휘관 등으로 한정했습니다. 또 안보지원사 소속의 군인·군무원 등이 직무 수행을 이유로 권한을 오용·남용하지 못하도록 감찰과 감사 조항도 마련했습니다. 위반행위자 처벌조항을 둬, 안보지원사 운영 훈령 등을 위반한 군인 등에 대해서는 징계 및 군형법상 정치관여의 죄 등의 죄목으로 수사의뢰하거나 형사고발하고 필요시 원대복귀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왼쪽)과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초대 사령관이 지난 9월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 청사에서 열린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특권의식을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 ‘대통령 독대’ 부분은 부대 훈령 등에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정부시절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은 군 정보부대의 정치개입 빌미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남영신 안보지원사령관은 언론에 “우리는 국방장관의 부하로 보안·방첩과 관련해 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며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에 필요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이나 안보실에 보고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국방장관을 통해 청와대 보고가 이뤄지게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기무사령관 독대 보고를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어, 군 정보부대 수장의 대통령 독대는 적어도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이 원하면 언제든 군 정보부대 수장의 독대 보고가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안보실이나 민정수석실 등이 특정 사안에 대한 별도 보고를 요구하면 안보지원사령관이 이를 거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습니다. 군 정보부대가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관례가 ‘부활’ 할 경우 안보지원사 역시 정치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국방부 직할부대인 안보지원사가 국방장관의 지휘·통제를 받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고 이를 명문화 하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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