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불리는 이름만 35가지인 물고기가 있다. 외국어로 번역도 잘 안된다. 지방에 따라, 가공방법에 따라, 잡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3~4월 봄에 잡히면 춘태,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 잡아 얼리면 동태다. 말린 것은 북어 또는 건태이고, 겨울 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노랗게 변하면 황태가 된다. 아가미를 빼내고 코를 꿰어 얼말린 것은 코다리라고 한다.
잡는 방법에 따라서 그물로 잡으면 그물태,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또는 조태라고 불린다. 투망으로 잡히면 망태, 원양어선에서 잡으면 원양태, 근해에서 잡으면 지방태다.
어디서 잡히냐에 따라 이름이 또 달라진다. 강원도에서 잡히면 강태, 간성에서 나오면 간태라고 한다. 유난히 동해 바다에서 많이 나고 우리 민족과 친해온 ‘명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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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게 하나 없는 명태…비유도 다양하네
이름만큼이나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알부터 내장까지 버리는 게 하나도 없다. 살은 국과 찌개로 먹고, 알로는 명란젓, 내장은 모아서 창란젓을 담근다.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로, 고니는 국거리로 또 활용된다. 껍데기는 말려뒀다가 살짝 구워서 쌈도 싸먹는다.
관혼상제에도 빠질 수가 없다.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두루 먹어왔고, 신명에게 바치는 희생음식은 어느 한 군데도 버려서는 안된다는 동서고금의 불문율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과 친밀한 물고기인 만큼 명태를 비유하는 말도 많다. 말이 많은 사람에게 ‘노가리를 깐다’라는 표현이 있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일컫는 말이다. 명태는 한꺼번에 많은 수의 알을 까는데, 말을 지나치게 많이 풀어 놓는 사람을 빗대어 쓰는 표현이다.
몸시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조롱할 때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 사흘을 국 끓인다’는 말이 있고, 변변치 못한 것을 주고는 큰 손해를 입힌다는 것을 가리켜 ‘북어 한 마리 주고 제사상 엎는다’고 하기도 한다.
◇개가 물어가도 괜찮았던 명태..이젠 ‘금태(金太)’로
예로부터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 할 정도로 명태는 흔한 생선이었다. 함흥에서는 ‘개가 명태를 물어가도 쫓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랬던 명태가 이젠 귀한 생선이 된지 오래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대부분이 러시아산으로 바뀐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명태는 한류성 어종으로 베링해와 캄차카반도 근해에서 지내다가 가을에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내려오는 한류를 타고 내려온다. 문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러시아에 올라간 명태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치어인 노가리를 지나치게 남획한 것도 명태가 사라진 이유로도 보지만 사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진 게 없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10만t 이상의 어획고를 올렸지만 80~90년대 들어 수천t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2008년에는 공식 어획량이 0으로 보고되면서 사실상 ‘멸종’됐다. 국산 명태가 씨가 마르면서 이젠 ‘금태’라는 별명을 또 하나 얻게 된 이유다.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과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 강릉원주대학교는 지난해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동해에서 획득한 명태에서 알을 확보해 수정·부화시켜 이들을 성어로 기르는 양식시도다. 살아있는 명태를 확보하기 위해 사례금 5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2017년까지 인공종자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2020년까지 대량생산에 도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지난해 3월에는 명태 치어 9만4000여마리를 부화시켰으나 30일 만에 모두 폐사하는 등 연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는 최근 명7만 마리의 명태를 150일 동안 7~8cm로 키우는 데 성공한 것은 그나마 희소식이다. ‘황금명태’에서 보편적인 ‘국민명태’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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