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정부의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놓고 중소기업계와 중견기업계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견이 없다. 양측 모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이 성장을 회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의 해소를 위해 성장단계에 따른 지원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밝혔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일부 정책의 경우 ‘중소기업·소상공인 vs 중견기업’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와 1400여 개사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중견련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매출 2000억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의 판로기반 확보를 위해 ▲공공구매 시장 등 중소기업 간 경쟁시장에 중견기업의 제한적 참여 허용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관련, 대기업에 비해 완화된 권고 기준 적용 등이다.
중기중앙회는 정부 대책이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기보다 현행 중견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며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견련은 중소·중견기업의 접경지대에서 나타나는 피터팬 신드롬 방지를 위한 통로를 터주기 위한 것이라며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수시장 기반 마련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호·육성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해당 중소기업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중기 적합업종과 관련한 서비스 분야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덩치가 큰 중견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때 생존의 문턱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중견기업계는 “특정 업종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은 좋은 롤모델인데 성장했다고 ‘너 나가’라고 한다면 논리적으로 자가당착”이라며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견기업의 공공구매 시장 진입은 초기 중견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절벽을 해소하는 것이지 중소기업 밥그릇을 뺏는다는 비판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견기업 지원대상에 이른바 대기업 1차 협력사가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1422개의 국내 중견기업 중 대기업 1차 협력사는 절반가량인 700개사에 육박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대기업과의 거래를 위주로 하는 ‘종속형 중견기업’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모(母) 대기업의 역할을 정부가 대신해준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흐름을 역행, 대기업을 간접 지원하는 꼼수라는 것. 반면 중견기업계에서는 특화된 기술을 갖춘 기업들에 R&D투자 등의 족쇄를 풀어줘 고용 가능한 성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1차 협력사의 성장으로 2·3차 협력사로 상생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국민경제 입장에서 중견기업 육성은 당연하다. 다만, 예상치 못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정책 당국의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중견기업 역시 국내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