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고려개발 워크아웃]①대림 내리사랑에도 왜 백기?

김일문 기자I 2011.12.01 11:43:42

PF사업에 발목..대주단 압박 못견뎌
용인 성복지구 만기연장 실패 기폭제

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01일 11시 1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고려개발(004200)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때문이다. 토목 전문 업체로 출발한 이후 주택사업으로 그 영역을 넓혔지만 PF 사업 차질이 지속되면서 결국 백기를 들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워크아웃의 기폭제가 된 곳은 용인 성복지구 PF 사업장이다. 당초 고려개발은 총 2개 단지 28개동, 1600여가구 규모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금융위기 등으로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현재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려개발과 모회사인 대림산업은 해당 사업장에 대한 PF대출 만기연장에 적극적으로 매달려왔지만 대주단과의 의견 충돌이 계속되면서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어왔다. 특히 분양 평수 조정 등을 놓고 시행사와의 이견이 지속되면서 관리형 토지신탁으로의 전환 문제를 두고 최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고려개발과 대림산업은 사업주체 변경에 합의하는 대신 이자율 감면과 만기 연장을 요구했지만 대주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워크아웃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시장에서는 고려개발 PF사업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업 시행 인허가 조차 받지 못했던 서초 방배지구의 경우 지급 보증 우발채무가 현실화 되면서 올해 6월 중순 3000억원(대주단 농협·동양종금증권)에 달하는 해당 PF 대출과 ABCP의 만기가 도래하자 고려개발이 이를 떠안은 바 있다.

또다른 PF 사업장인 구미 봉곡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200여가구 규모로 2008년부터 분양 등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경기침체로 진행이 지연되면서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다. 현재 550억원 규모인 PF대출 중 236억원은 10월 초에, 나머지는 지난달 말(11월30일) 만기 도래했지만 채권단과 연장 여부를 협의중에 있다.

고려개발의 모기업으로 최근까지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던 대림산업의 입장 변화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대림산업은 그 동안 슬하에 두고 있는 2개의 건설 계열사(삼호(001880), 고려개발) 중 유독 고려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올 봄 1500억원의 한도성 대여금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500억원의 대여금을 추가로 지원했을 정도로 고려개발 살리기에 주력해 왔다.

대림산업이 회계상 대여금의 대손 처리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고려개발의 워크아웃 신청을 좌시한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는 채권단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PF 사업 확장에 대한 책임과는 별개로 은행권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주택사업 붐을 타고 PF에 발을 잘못 담궜던 고려개발과 모회사인 대림산업도 문제지만 유동성 확보 등 계속되는 자구노력으로 성의 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문제"라며 "결국 고려개발의 이번 워크아웃 신청은 대림산업과 채권은행간의 줄다리기로 인해 벌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워크아웃 신청으로 고려개발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고려개발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로 두 계단 떨어뜨렸고, 하향 검토대상에 그대로 등재시켜 추가적인 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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