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적대적 M&A와 이에 따른 경영권 분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쓰리소프트(3SOFT(036360))에 2일 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장외에서 쓰리소프트 지분을 인수한 이스턴텔레콤 측 인사들과 현 이사중 한 명인 김명수 이사 등이 대표이사직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면서 비롯된 이 소란은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마무리됐다.
◇ "대표이사 물러나라" vs "법적인 절차 밟아라"
쓰리소프트 관계자는 "이스턴텔레콤과 김 이사 측 10여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대표이사 해임 대자보를 붙이고 인사발령을 발표하는 등 소란을 피워 경찰을 불러 내보냈다"며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저의가 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이스턴텔레콤 측은 "이한복 현 대표이사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었음에도 물러나지 않아 경영권 인수인계가 어렵다"며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쓰리소프트의 3명 이사중 이한복 대표이사를 제외한 박성진, 김명수 두 이사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이한복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안을 결의하고 김명수 이사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한복 대표는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대표이사 해임안을 결의했던 두 이사중 한 명인 박성진 이사가 최근 중립으로 입장이 돌아서면서 대표이사 변경 공시 등 후속 절차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스턴텔레콤은 지난 연말 쓰리소프트 지분 25%를 최대주주를 제외한 주요주주들로부터 장외 인수, 새로운 최대주주로 부상한 휴대폰 개발전문업체다.
이스턴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이사회 결의 이후 대표이사 직무가 인수인계되지 않고 법인 등기부 등본의 변경도 이뤄지지 않아 재차 요구하는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라며 "이미 25%의 지분을 인수한만큼 사실상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인계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한복 대표이사 측은 "이사들 중 한명은 본인의 보유지분을 이스턴텔레콤에 매각한 장본인으로 이사 자격을 사실상 상실한 상황이며 이처럼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대표이사 해임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이스턴텔레콤 측이 경영권을 가져가 머니게임을 하려는 것이라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말했다.
◇"14억원 행방이 M&A 분쟁의 열쇠"
쓰리소프트 내부의 갈등은 이스턴텔레콤의 적대적 M&A 및 사임요구를 거부하는 이한복 사장과 새 주인인 이스턴텔레콤을 등에 업고 경영진을 바꾸려는 김명수 이사 측이 맞서는 모습으로 일단 정리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스턴텔레콤 측이 무리하게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현 대표이사가 대세를 거스르며 경영권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갈등의 초점은 사실 다른 데 있다. 쓰리소프트가 지난해 7월 신성철이라는 주주에게 대여한 14억원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쓰리소프트는 이 대여사실을 지연공시해서 지난해 12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스턴텔레콤측은 현 대표이사가 사실상 이 돈을 유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요구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스턴텔레콤이 장외에서 인수한 쓰리소프트 지분 일부를 신성철씨로부터 인수했으며 신성철씨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성철씨가 회사 돈을 빌려 지분을 매입한 뒤 이를 장외에서 고가로 이스턴텔레콤에 넘긴 것이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의혹을 제기하는 이한복 사장 측은 "신성철씨가 이스턴텔레콤으로부터 주식매각대금을 받았다면 회사에서 대여해간 돈부터 갚아야 하는데 그 돈을 받아내겠다는 현 대표이사를 무조건 물러나라고 하는 이스턴 측의 저의가 뭐겠느냐"며 "사실상 양측이 한편이 되어 코스닥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턴텔레콤 측은 "신성철씨는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우리에게 지분을 넘긴 주주로서 경영권 인수과정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일 뿐"라며 "이한복 대표이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주총 이후까지 일정을 미룰 경우 이 대표가 회사 자산을 유용하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주총서 표대결 할 듯..개인주주 표심이 관건
한편 그동안 미국에 머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던 2대주주인 싸이버텍(037240) 김상배 회장은 최근 귀국, 현 경영진을 지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M&A에 대한 방어에 돌입했다.
양측은 주총 표대결을 염두에 두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명분쌓기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장외 논쟁도 이미 치열하다.
"휴대폰 제조업체가 검색엔진용 소프트웨어업체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사업과는 무관한 목적의 머니게임이라는 반증"이라는 공격에 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라며 "쓰리소프트의 사업을 확대해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대응한다.
"14억원 부당대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는 공격에 대해 "그 돈이 결국 어디로 갔는지는 그 쪽이 더 잘 알 것"이라며 "회사를 인수할 최대주주라면 경영권 인수에 급급하기보다 신성철씨에게 준 주식매입 대금을 받아 회사 금고부터 먼저 채우는 게 순서"라고 반박하고 있다.
"적대적 M&A"로 포장되는 경우 시장에서 회사의 주가는 요동치는 가운데 정작 회사 내부는 조용히 "우호적으로" 새주인을 맞는 경우가 많지만, 쓰리소프트는 주가는 조용한 가운데 회사 내부는 두 차례나 경찰이 출동할 만큼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스턴텔레콤의 지분은 25%, 이에 대응하는 싸이버텍 김상배 회장 측의 지분은 10% 가량이다. 이미 주주명부가 폐쇄된 상황에서 장내 주식 매입으로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질 수는 없다. 이스턴텔레콤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황이지만 나머지 주주들이 주총에서 어느쪽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