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2티메프 위험 감수안해”…SK스토아 협력사 이탈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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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5.11.28 07:00:00

여행 협력사, 1월분 방송 물량 전부 취소 통보
대형 가전업체 사이선 ''현금성 담보'' 이야기 솔솔
협력 中企도 당혹, “대금지급 문제 없을까” 우려
‘지나친 우려’ 시각도, ‘티메프’ 학습효과로 불안감 확산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위험은 감수하기 싫다. 물량 빼겠다.”

SK텔레콤(017670)이 데이터홈쇼핑 자회사 SK스토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SK스토아의 협력사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수의향자인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특히 최근 내년 초 방송 물량을 돌연 철회한 대형 협력사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중소 협력사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SK스토아 노조가 지난 18일 서울 상암KGIT센터 앞 광장에서 첫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행업종 협력사 A사는 내년 1월 예정된 SK스토아 방송 물량을 모두 뺀 것으로 확인됐다. SK스토아와 A사는 여행 상품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을 맺었던 협력 관계인데, 최근 라포랩스로 매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 등을 논조로 한 보도들이 쏟아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여행업체인 A사는 SK스토아 입장에선 큰 협력사여서 여파가 클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SK스토아의 신용등급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라포랩스가 대주주가 된다면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A사 입장에선 협력사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SK스토아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확인된 건 A사의 방송 취소건 하나이지만, 협력사들 사이에선 이미 대금지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SK스토아와 협력 관계인 글로벌 대형 가전업체 B·C사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업들은 신용여신 거래가 불가한 유통업체와는 현금성 담보를 설정, 담보제한 금액 이내에서 제한된 거래를 해야 한다. 평소 SK스토어와의 거래에서 큰 문제가 없던 B·C사이지만, 최근 매각 추진이 본격화하자 실무진들 사이에서 담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포랩스로의 매각시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했거나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협력사들은 모두 라포랩스로 인수시 SK스토아의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거래처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위험에 처한다. 실제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후 주요 협력사들이 납품을 중단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화장품(뷰티) 업계 대형 협력사 D·E사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고 빚었던 티메프 사태를 시작으로 홈플러스·발란·정육각 기업회생 신청 등 연달아 터진 유통업계 사건이 일종의 학습효과가 된 탓이다. 아직까지 인수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협력사들이 예전보다 예민하게 몸을 사리는 이유다.

중소 협력사들의 경우엔 상황이 더 복잡하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 협력사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앞선 사례처럼 대형 업체가 아니어서 쉽게 물량을 빼기도 난감하다. SK스토아는 데이터홈쇼핑 특성상 방송 편성 7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워야 한다.

연간 100억원 규모의 상품을 SK스토아에 단독 기획·판매 중인 한 중소 협력사는 “이미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며 SK스토아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재무상태가 불안정하고 대형 유통 경험이 없는 곳에 인수될 경우, 지속적인 협업이 불가능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SK스토아 직매입 상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중소 협력사 관계자도 “이미 SK스토아와 내년도 판매 계획을 수립하고 대량 생산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예상할 수 없는 이번 매각 사태로 납품 차질 및 대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라포랩스도 스타트업 초기부터 탄탄한 투자사들과 함께 꾸준히 외형을 키웠고, 특히 40~50대 특화 플랫폼으론 입지를 다져온만큼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라포랩스의 지난해 매출은 711억원으로 SK스토아의 4분의 1수준인데다,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결손금도 583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점은 세간의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현재 SK텔레콤과 라포랩스는 쌍방이 모두 거래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져 현재로선 매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매각가는 1100억원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티메프의 잔상이 아직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어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에 대한 불안감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홈쇼핑은 타 유통채널과 달리 방송 영역이어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승인 절차를 걸쳐야 하는만큼,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여러 협력사들이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업종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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