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먼저 못 내린다"…한은 금리 인하 전망 '내년 2분기'로 밀려[금통위폴]②

최정희 기자I 2023.08.20 17:00:00

이데일리, 13명 전문가 설문조사 실시
2월 이후 첫 '금리 인상' 소수의견 전망도 나와
13명 중 6명 "내년 2분기에야 금리 인하"
금리 결정 변수, 물가보다는 '경기·부동산PF'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세가 뚜렷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막바지에 달한 만큼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리 인하 전망 시기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미국, 중국 등 G2의 엇갈린 경기 흐름 속에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상당수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로 예측했다.

◇ 엇갈린 G2, 韓에는 ‘환율 급등’ 리스크로

20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한은 금통위가 오는 2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다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면 지난 2월 이후 5회 연속 동결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금리를 3%포인트 인상한 만큼 역대급 금리 인상 여파를 더 지켜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13명 중 1명은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5월, 7월 금통위에서 모두 ‘만장일치 금리 동결’이 나왔으나, 이번에는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통위원들의 속내가 편치 않을 것이란 방증이다. 미국의 나홀로 ‘경기 호조’, 중국의 경제 위기설이 우리나라 환율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위안화는 중국의 수출·내수 부진, 부동산 업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원화도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은 17일 장중 1343.0원으로 연 고점에 다다랐다.

G2의 엇갈린 경기 흐름은 우리나라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하반기 대중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 경제성장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7월말 기준 1.9%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2%포인트로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3%로 15년래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매년 4% 이상의 이자를 얻을 수 있는 미국 국채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중국 리스크가 겹치자 자본유출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졌다.

한은 금리 인상의 근거로 활용돼왔던 ‘고물가’도 더 살펴봐야 할 요인이다. 7월 물가상승률이 2.3%에 그쳤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8월엔 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입물가도 7월 전월대비 0.4% 올라 석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은행 가계대출이 7월에 6조원 증가하는 등 넉 달째 늘어난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다.

◇ 전문가 13명 중 6명은 내년 2분기 금리 인하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점을 점점 뒤로 늦추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13명 중 6명이 내년 2분기께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올 5월만 해도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하는 전문가가 절반이 넘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늦추는 이유는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 등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내년 2분기 가서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시점을 연내로 봤으나 내년 2월로 늦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고 근원물가도 하락 기조가 확인되면 (현재의) 강한 긴축 기조를 완화시키는 정도의 소폭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내년초 지표가 확인되는 2월 정도는 돼야 금리 인하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2분기로 밀릴 경우 국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를 결정하는 변수는 물가보다는 경기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안정세에 진입하면서 통화정책의 제2 목표인 금융안정 리스크가 대두될 수 있다”면서 “PF와 가계부채, 기업의 조달금리 상승 등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미국 경기 부진 가능성, 중국 경기 위축 등으로 실물경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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