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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너진 레카비 주택 일부가 비쳤다. 곳곳 널브러진 잔해 속에는 대회 메달이 보이기도 했다. 폐허가 된 주택 앞에서 레카비의 오빠 다부드 레카비(35)는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라며 울부짖었다. 다부드 역시 국내외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많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다.
영상을 촬영한 신원 미상의 남성은 “이것이 이 나라에 산 결과이자 이 나라를 위해 많은 메달을 딴 챔피언한테 일어난 일”이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의 이름을 드높였는데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집을 부수고 떠나버렸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CNN은 이러한 소식을 전하면서도 레카비의 주택이 언제, 왜, 누가 철거를 주도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으며 오빠 다부드는 미상의 ‘위반 사항’ 때문에 약 5000달러(651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하는 판결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레카비가 지난 10월 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란 당국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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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레카비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이때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에 나선 레카비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레카비는 귀국 후 히잡 미착용이 의도된 일이 아니었다며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라커룸에서 대기하다 급히 경기에 나가야 했다.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바빠서 히잡을 깜빡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