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관리해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상시 혈당을 측정하며 인슐린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인슐린 주사에 대한 공포와 주사 투여 방법의 불편함 때문에 혈당 조절이 어려워 합병증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최근에는 채혈 없이 실시간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미세한 주사침을 피하지방에 꽂아 인슐린을 자동으로 투약해주는 인슐린 펌프 등 새로운 당뇨병 관리기기가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최신 관리기기 덕분에 지난 10년간 국내 1형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는 최근 10년간 국내 1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관리 방법과 혈당 조절 정도 추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재현 교수 연구팀이 2010년에서 2019년까지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추적 관찰하던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 총 7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구기간 동안 평균 당화혈색소는 8.56%에서 8.0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현상은 남성, 어린 연령대, 연속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뿐만 아니라 최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당화혈색소 조절이 수월했고 당뇨병 합병증을 경험할 확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다회주사요법과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과거 방식대로 인슐린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 비해 당화혈색소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연속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는 경우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케톤산증’이 적게 발생했고, 인슐린 펌프를 이용하는 경우 심한 저혈당이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한편 전반적으로 최신 당뇨병 관리기기를 사용하는 환자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은 10년간 1.4%에서 39.3%로 증가했으며, 인슐린 다회주사요법은 63.9%에서 77%로, 인슐린펌프는 2.1%에서 14%로 사용이 늘었다. 반면 고식적 인슐린 치료법의 사용은 같은 기간 33.9%에서 9%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국내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 정도와, 당뇨병 관리기기 사용현황 추세에 관한 첫 번째 보고이며, 최신 당뇨병 관리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혈당 조절과 합병증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국내 최초의 연구다.
연구를 주도한 김재현 교수는 “연속혈당 측정기 및 인슐린 펌프의 사용이 최근 10년 동안 각각 7배와 30배 증가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는 아직 사용하는 환자가 적은 편”이라면서, “의료기기 활용을 위한 환자 대상 교육 등 국가 차원에서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