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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M&A 나선 롯데…'약한 고리' 디지털 전환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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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연 기자I 2021.03.25 08:50:46

롯데, 중고나라 인수… 이베이, 엔지켐 투자도 고려
홈쇼핑, 주류 등 M&A로 사업 확장 성공 사례 있어
혁신과 속도 생명인 이커머스, 롯데 기업문화와 차이
5조 몸값 이베이 인수하면 재무적 부담도 상당할 듯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잠자는 사자’ 롯데그룹이 칼을 뽑았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잇따라 얼굴을 비추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 실적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데다 대세가 된 온라인 채널로의 전환마저 여의치 않자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국내 1위 유통기업인 롯데는 대규모 유동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백화점과 마트 등 부동산 자산도 적지 않아 M&A 여력이 충분하다. 다만, 현재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롯데의 보수적인 사내문화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인수자금만 소모한 채 시너지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가 인수하거나 인수·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 왼쪽부터 중고나라, 이베이코리아, 엔지켐생명과학.(사진=각 사)


M&A DNA 발동 롯데… 이커머스·바이오 시장 눈독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함께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인수 대금은 1150억원이고 이 중 200억원을 롯데쇼핑이 댔다. 롯데쇼핑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일정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롯데쇼핑이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롯데쇼핑은 올해 M&A 최대어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전했다. 롯데는 지난 16일 진행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참여해 신세계, SK텔레콤 등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는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분야 진출을 위해서도 잰걸음을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코스닥 상장사인 글로벌 신약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의 구주나 신주를 확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 SK그룹의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신장세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분야를 점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M&A를 통해 기존 사업 강화는 물론 신사업에 진출해 사세를 키워온 선례가 있다. 롯데그룹은 △2004년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2008년 케이아이뱅크(롯데정보통신) △2009년 두산주류(롯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코리아세븐) 등을 인수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한 2011년 이후 2012년 인수한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2015년엔 신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담판을 짓고 약 3조 원에 삼성그룹 화학부문(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인수해 롯데케미칼을 종합화학회사로 변모시켰다.

서버 문제가 발생한 롯데온(사진=김무연 기자)


◇ 인수 뒤 융합은 될까… 보수적인 문화 개선이 관건

문제는 롯데가 M&A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부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백화점, 마트, 면세점 등 인프라를 깔고 장기적으로 승부를 보는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했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의사 결정과정을 거쳐왔다. 빠르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생명인 이커머스와는 맞지 않는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ON’(롯데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지난 2월 사임하기도 했다. 인수를 추진 중인 이베이코리아 직원들도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 가장 인수되고 싶지 않은 회사로 롯데를 꼽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월마트도 제트닷컴을 인수해 ‘월마트닷컴’이란 단일 브랜드를 만들 때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라면서 “피인수 기업에 억지로 롯데 브랜드와 사내 문화를 강요하기 보다는 피인수 기업만의 강점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2조원이다. 이베이코리아를 5조원에 인수한다고 가정한다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다더라도 1조원 이상은 인수금융 등을 차입해 충당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참여할 시 화학 부문을 제외한 쇼핑 쪽 계열사들이 돈을 댈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사업 방향성을 보자면 이커머스 진출을 위해 M&A를 시도하는 게 맞지만, 롯데그룹의 상황이 여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M&A를 진행해 왔고 피인수기업이 롯데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업문화에 따른 갈등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라면서 “그룹 또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기업문화위원회를 설립하고 직급제를 파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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