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 부과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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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각각 실리챙긴 FTA 개정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연 뒤 한미 FTA 개정협정을 환영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가 한미FTA 개정협정에 서명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FTA 개정을 통해 각각의 실리를 챙겼다. 미국은 2021년 1월1일 철폐할 예정이었던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를 20년 더 유지하기로 하기로 했다. 자동차는 관세가 2.5%인데 픽업트럭은 25%다.
이외 미국은 미국산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할 때 미국 안전기준(FMVSS)을 만족하면 한국 안전기준(KMVSS)를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 쿼터도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다. 다만 국내 미국산 수입차 판매량은 1만대를 넘어선 적이 없어 우리측에는 크게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다.
반면 우리는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 제도를 개선하는 성과를 얻었다. ISDS는 상대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모호한 규정으로 거액의 국가배상을 노린 민사소송이 남발될 수 있어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이번 개정협상으로 한미FTA와 다른 BIT(상호투자협정)을 동시에 활용해 제소할 수 없고,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거나 근거가 약할 경우 신속하게 소송을 각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다른 투자 협정에서 유리한 절차만 가져와 ISDS 소송에 쓸 수 없도록 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조치가 단순히 투자자 자신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제소할 수는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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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개정됐지만,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자동차 무역분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232조를 이용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물려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직 한국 자동차가 무역확장법 232조 제재에서 제외될지 확정된 것도 없이 성급하게 FTA 개정 서명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한미FTA를 조기에 개정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오히려 자동차 제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간 공조가 더욱 중요한 터라 괜히 양국간 다툼은 피하겠다는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남북, 북미 관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선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이고 보다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의 자동차 관세 적용범위에서 한국을 면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석자들에게 문 대통령의 의견을 고려해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철강관세도 완전 면제가 아닌 연간 수입량 쿼터를 배정받은 터라 자동차 관세 부과가 완전 제외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협회도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안보 침해를 근거로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정부는 향후 한국이 관세부과 대상에서 면제될 수 있도록 통상역량을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