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 ·유럽 3대 시장 ‘암울’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 이사는 지난 8일 서울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글로벌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좋아지지만 자동차 시장은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내년 세계 경제가 선진국의 안정적 성장과 신흥국의 회복세 확대에 힘입어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9372만대로, 올해보다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미국은 금리상승에 따른 실구매 부담 증가, 중국은 구매세 인하 종료의 영향으로 각각 판매가 1.7%, 1.3%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은 중국 시장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 감소를 나타낼 전망이다. 유럽은 내수 경기 회복 등 긍정 요인과 대기 수요 소진 등 부정 요인으로 인해 1.5%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브라질(7.8%↑)과 러시아(16.7%↑), 인도(8.7%↑) 등 신흥국은 경기 회복에 따른 성장세를 보이겠으나 3대 주요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내수도 신차 효과 축소의 영향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1.1% 줄어든 180만대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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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자체의 수요 둔화도 문제지만 내년 가장 큰 불안 요인은 환율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에 엔저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차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 계속된다.
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은 올해 1130원에서 내년 1105원으로 낮아지며, 원·엔 환율은 100엔 당 1018원에서 978원으로 전망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에서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되는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저하된다. 반대로 일본차들은 엔저를 등에 없고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다. 앞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연간 수출액이 42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 이사는 “엔저가 시작되기 전에는 소나타와 혼다의 글로벌 시장 가격차이가 10%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차는 환율에 따른 수익으로 신흥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이사는 “도요타 등이 엔저로 인해 10% 이상의 수익률을 냈는데, 이를 연구개발과 신흥시장 개척에 투자하면서 신흥국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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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급별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전세계 자동차 판매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만 해도 20% 미만이었으나 올해 31%까지 올랐고, 내년에는 32%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소형 SUV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체 SUV 판매 비중이 2025년께 4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 8일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SUV 제품군 확대를 통해 올해 부진했던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회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는 내년 미국에서 신형 싼타페, 코나·투싼 상품성 개선 모델 등 소형 부터 중형까지 전 SUV 제품군을 새롭게 개편한다. 아울러 내년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를 통해 스포츠 해치백 벨로스터를 공개하고, 제네시스 중형 세단 G70도 미국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더 장기적으로 현대차는 2020년까지 모두 8가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다목적차량)를 미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아차는 내년 유럽 씨드, 미국 K3 등 지역별 베스트셀링 신차를 통해 판매를 견인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선 쏘렌토 상품성 개선 모델을, 유럽은 스토닉 및 스포티지 상품성 개선 모델을 본격 판매하며 SUV 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프리미엄 고성능 모델인 스팅어의 미국과 유럽 본격 판매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소비자 ‘맞춤형’ 차량으로 반전을 꾀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17일 ‘광저우 모터쇼’에서 공개 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ix35를 비롯해 코나의 중국형 모델인 엔시노와 준중형 스포티 세단을, 기아차는 중국전략 준중형 SUV와 소형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서도 오는 2020년까지 SUV 모델 수를 7개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