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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최악의 총기참사' 왜 테러라고 하지않을까?

장순원 기자I 2017.10.03 17:21:19

정치적 동기 모호‥IS 연계 확인 안돼
'외로운 늑대'형 범죄 가능성이 더 커
미국서 테러용어 오락가락 잣대 적용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순식간에 60명 가까이 죽고 500명이 넘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게다가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는 스스로 배후를 자처한 상황이다.

이쯤 되면 테러라고 부를 법도한데 미국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짓지 않았다.

조셉 롬바르도 라스베이거스 경찰청 치안담당관(the sheriff)은 2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용의자인 스티븐 패독의 신념이 알려져 있지 않다”며 “현재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법은 테러리즘을 “정치적 또는 사회적 목적을 위해, 정부나 시민을 위협하거나 사람이나 재산에 불법으로 군사력과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테러로 연관짓기에는 정치적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범행의 동기가 확실하지 않으면 당국은 어떤 사건을 공식적으로 테러라고 부를 수 없다. 테러라는 용어가 갖는 상징성이 크고, 수사진행 방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러리즘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만 조지타운대학 연구 디렉터는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을 테러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건이 사람들의 공포나 불안을 낳았다 하더라도 테러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정치적 동기”라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에서 콘서트장에 있던 관람객이 총격을 피해 탈출하고 있다.(출처:미 CBS)
IS와 연관성도 현재로서는 밝혀진 바 없다. IS는 패독이 이슬람교로 개종했다며 자신들이 배후라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진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IS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찰은 이른바 IS와 연관성을 낮게 평가하며 외로운 늑대에 의한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로운 늑대란 전문 테러 단체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특정 조직이나 이념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스스로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네바다 주에서는 테러행위에 대해 “민간인 사망이나 중상을 목적으로 한 파괴, 강제, 폭력의 사용 또는 미수에 관한 모든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테러로 부를 여지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참사에 테러라는 용어를 붙이는 일은 일관성이 없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한다. 가령 지난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 총을 난사해 흑인 신도 9명이 사망했지만 테러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청년 딜런 루프가 흑인교인을 대상으로 벌인 범죄로 종교적 테러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는 뜻이다.

반면 무슬림과 연관된 사건은 테러로 규정되는 일이 잦았다. 연방수사국(FBI)은 14명이 목숨을 잃은 LA 동부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을 “테러행위(act of terrorism)”로 보고 공식적으로 수사했다. 총기 난사 용의자 사이드 파룩의 부인이 IS에 충성서약을 했고, 집에서 다량의 총기가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뉴스위크는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으로 테러라는 용어를 오락가락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 총격과 인질극이 발생해 49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하자 사건의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라는 점을 들어 “테러위협을 막으려면 무슬림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번 사건을 완전한 ‘악(pure evil)’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테러리즘이란 단어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용의자의 배경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는 대로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미국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美라스베이거스 총격 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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