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7·30 재보궐선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의원 구하기에 박지원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선봉에 섰다. 양 쪽 모두 구(舊) 민주당 출신으로 안 의원쪽 인사는 아니지만, 신·구주류간 ‘안철수 지우기’를 놓고 빚어지는 갈등을 사전에 봉합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비상회의에 참석한 안희장 지사가 꺼낸 첫 마디는 “김한길·안철수 두 전 대표께 우선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올린다”였다. 그는 특히 안 의원을 향해 “정치혐오감을 갖고 멀어지는 많은 시민들을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 큰 공이 있다”며 “안철수의 새정치에 많은 기대를 건 시민들은 안 전 대표를 비난하거나 버리기보다 더 큰 격려를 해달라”고 말했다.
차기 야권의 대권후보로도 거론되는 안 지사가 잠재적 경쟁자인 안 의원을 공개적으로 감싼 것을 두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있는 해석은 당 혁신작업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내부의 갈등이 돌출되는 모습은 새정치연합 자체에 대한 외면을 불러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노 세력의 구심점에 있는 안 지사의 발언인 만큼 안 의원의 반대세력을 향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없이 호소될 것이라는 점도 안 지사가 팔을 걷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날 비상회의에서는 안 지사 뿐만 아니라 안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에 합류한 시도당위원장들도 참석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통합의 정신을 확인해달라’ ‘당이 계파를 초월해야 더 발전적으로 운영된다’는 말씀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지원 의원 이날 역시 안철수 의원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4일째 ‘안철수 때리기’가 계속된다. 이제 그 정도에서 끝내고 그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김대중·김영삼·박근혜 세 분은 국민을 모이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고, 안 전 대표에게도 젊은 세대와 모여드는 국민이 있다”며 “안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 미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6·4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5월 제가 공개·비공개로 비판했더니 그 후 의총장에서 한 두번 악수를 하고 두 달이나 대화가 단절됐다”며 “쓴소리했다고 대화를 단절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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