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에는 장을 보거나 생활용품 등을 구매할 때만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두 자녀 학원비나 외식비도 이제는 현금으로 낸다. 김씨는 “신용카드는 아무래도 빚이라는 생각이 들고, 최근에는 소득공제 혜택도 줄어든데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터지면서 현금이나 체크카드로 사용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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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2009년 5만원권 발행과 저금리 사태가 지속되면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일부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카드보다 현금을 사용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소비성향(개인의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2003년 2004년 카드대란 사태를 제외하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소비성향은 2003년 30.4%, 2004년 28.4%를 기록했으나 2012년 48.7%, 2013년 49.4%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다만 지난해 카드소비성향은 개인의 총처분가능소득이 올해 연말에야 잠정 집계되는 관계로 통계청 가계동향에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2.1%)를 적용한 수치다.
매년 2~3%포인트씩 증가해오던 카드소비성향은 지난해 0.7%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작년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고 카드 발급조건을 강화하는 등 신용카드 억제책을 썼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카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영향도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승인금액은 총 545조1700억원으로 전년대비 4.7% 증가에 불과했다.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이 한자리수를 기록한 것은 협회가 카드 통계를 산출한 2005년 이래 처음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10.9%)보다도 낮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당시 내수 진작 및 세수 확보 등으로 정책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 카드시장이 활성화됐으나 카드사태 이후 크게 위축됐다”며 “2006년 신용판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다시 활성화됐으나 지난해부터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며 민간최종소비지출 증가율을 밑도는 성장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반면, 현금보유성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현금보유성향은 현금환수율 현금사용 감소세 둔화 등으로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48.6%로 2012년(61.7%)보다 13.1%포인트 감소했다. 발행된 5만원권 중 절반도 채 환수되지 못했단 의미다. 1만원권 환수율도 94.6%로 12.8%포인트 하락했다.
복수의 한은 관계자는 “카드 사용이 늘면서 현금사용이 줄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감소세가 둔화됐고, 현금사용도 일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환수율이 하락하는 등 현금 보유 경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신용카드 사용이 둔화되고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특히 5만원권이 등장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줄면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현금을 보유, 사용하려는 성향이 더 커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때문이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건을 겪고 나선 전반적으로 카드사용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도 “정부의 신용카드 억제책과 더불어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 ‘빚’ 개념이 강한 카드사용이 줄고 있다”며 “올해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까지 더해져 카드 사용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지하경제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교수는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율을 낮추면서 연말 소득정산 환급비용이 줄어드는 것만 생각했지 그 만큼 세원을 잃어버리는 비용을 간과하고 있다”며 “세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금사용시 현금영수증 발급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2012년 전체 현금결제금액 대비 현금영수증 발급 비율은 70%대 후반으로 조사됐다. 10만원을 결제하면 3만원은 세원으로 잡히지 않는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