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미국 건강 보조식품 업체 허벌라이프의 피라미드 조직 여부를 놓고 헤지펀드 거물들이 맞붙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조사에 나서면서 피라미드 논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거물 윌리엄 애크만은 지난해 12월 허벌라이프에 대해 공매도 투자에 나섰다. 애크만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캐피탈은 허벌라이프를 피라미드 다단계 기업으로 보고 수 개월 간에 걸쳐 허벌라이프 주식을 공매도했다.
애크만은 10억달러(약 1조617억원) 이상 공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허벌라이프 주가도 지난해 말 나 흘간에 걸쳐 38%나 급락했다.
지난 8일에는 애크만이 허벌라이프를 비판한 334페이지 보고서를 퍼싱스퀘어가 13페이지로 요약 발표하면서 공매도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그린나이트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 역시 매매 포지션을 밝히지 않았지만 애크만 비판에 동조해 허벌라이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날 또다른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다니엘 로브가 허벌라이프 지분 8.2%를 인수해 또다른 전기를 맞고 있다. 로브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문사를 통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허벌라이프를 피라미드 조직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며 ”이런 비판은 좋을 것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허벌라이프와 투자자들이 애크만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열기 하루 전날에 나와 이들에게 힘을 실었다. 로브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가 13개 피라미드 조직에 대한 조사를 1997년부터 벌여왔고 이들은 10년 이상 사업이 유지되지 못했지만 허벌라이프는 32년간 사업을 운영해왔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애커만의 비판은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라며 ”허벌라이프의 사업모델이 규제를 받을 만한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허벌라이프 주가는 주당 41.9달러까지 뛰었다.
이에 대해 애크만은 주식을 사든 팔든 허벌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환영한다고 응수했다.
애크만 측은 허벌라이프 배급자들이 물건 판매보다 다른 배급자를 끌어오면서 버는 돈이 더 크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허벌라이프 사업이 배급업자의 신규고용 능력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허벌라이프는 왜곡된 정보에 기반한 주장이라며 애커만이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허벌라이프에 대한 공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허벌라이프의 피라미드 조직 논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소식통들은 SEC 뉴욕사무소에 의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강제조치 등은 없겠지만 허벌라이프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EC는 허벌라이프의 재무자료를 조사 중이며 다단계 판매업자에 대한 핵심 가이드라인 ‘70% 규정’ 준수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70% 규정’은 유통업자가 회사로부터 구매한 제품의 70%가 팔리거나 소비됐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벌라이프는 지난 2007년에도 SEC 로스엔젤레스 사무소로부터 비슷한 조사를 받았고 강제조치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