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야단법석' 무대 위에 진리가 꽃피네

김용운 기자I 2012.09.21 13:23:19

창작뮤지컬 ''쌍화별곡''
역동적인 군무와 대중적인 멜로디 인상적
30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창작뮤지컬 ‘쌍화별곡’은 신라고승 원효와 의상을 무대 위에서 재창조했다. 사진은 극중 원효와 요석공주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당나라로 떠난 유학길, 비바람을 피하고자 들어간 곳은 동굴이었다. 두 스님은 하룻밤 그곳에서 묵는다. 잠결에 목이 말랐던 스님들은 마침 옆에 있던 바가지에 물이 고인 것을 보고 달게 마신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그 바가지의 물은 해골에 담긴 더러운 물이었다. 그 순간 한 스님은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유학을 포기한다. 바로 원효였다.

뮤지컬 ‘쌍화별곡’은 한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고승인 신라시대 원효와 그를 사형으로 모시고 화엄종을 창시한 또 다른 고승 의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원효는 ‘해골물’ 깨달음 외에 수도자의 신분임에도 태종무열왕의 둘째 딸인 요석공주 사이에서 아들 설총을 낳은 것과 저잣거리에서 스스로 ‘복성거사’라 칭하며 불교를 설파한 일 등 파격적인 뒷이야기가 많은 인물이다. 원효와 달리 해골물을 마시고도 꿋꿋하게 당나라로 떠난 의상도 선묘낭자의 전설 등 여러 설화를 남겼다.

‘쌍화별곡’의 장점은 역사 속 실존인물인 원효와 의상을 생생한 캐릭터로 재창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원효의 자유로운 삶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의상의 캐릭터는 신선하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극이 채워지고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충실한 사료조사를 통해 만들어낸 가사들은 원효와 의상의 설법처럼 충분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안무가 출신의 이란영 연출은 어느 때부터인가 창작뮤지컬이 소홀하게 여기던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장소영의 작곡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14인조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한 번 들으면 멜로디가 귀에 바로 남을 만한 곡들을 선사한다. 특히 2막 초반에 원효와 저잣거리 백성들이 벌이는 ‘야단법석’한 장면은 배우들의 신명이 그대로 전해져 관객들 역시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한마디로 ‘중생’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짜임새가 탄탄하고 완숙하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원효 역은 김다현과 박완이 맡았고 의상 역으로 김호영과 김순택이 무대에 오른다. 요석공주와 선묘낭자는 1인2역인데 눈치채기 어렵다. 정선아와 이진희가 출연한다. 30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070-7124-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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