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로열층을 일반분양분으로 내놓고 있다. 일반분양의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금융비용이 늘어나 조합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주아파트 재건축사업으로 공급한 `반포 힐스테이트`는 59㎡형 1개 동 전체 80가구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했다.
`반포 힐스테이트`는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이 폐지되면서 늘어난 일반분양물량에 따른 설계를 다시 실시해 1개동 전체를 소형평형으로 배정, 일반분양 청약자들의 로열층 배정기회를 확대했다. `반포 힐스테이트`는 도급제 방식의 재건축 사업이기 때문에 현대건설은 시공만을 맡고 재건축사업 관련 이익은 조합에게 돌아간다.
`반포 힐스테이트`는 3.3㎡당 평균 분양가는 59㎡가 2980만원, 84㎡가 3120만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이같은 전략으로 지난 15일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는 평균 8.09대 1의 경쟁률로 5개 주택형 모두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웠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지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의 이익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일반분양가 조정과 로열층 배정 등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설득했고, 조합측과의 협의가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삼성물산(000830)이 오는 9월 공급예정인 성동구 금호19구역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도 조합측과 협의를 통해 총 33가구 중에서 절반이상을 최상위 3개 로열층에 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일반청약자 일부는 한강조망이 가능한 로열층을 배정받게 된다.
앞서 삼성물산은 작년 11월 동작구 본동에 분양한 `래미안 트윈파크`에 대해 일반분양물량의 30%를 한강 조망이 가능한 층과 동에 배치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특히 조망권이 뛰어난 최상층 3개 층을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했다. `래미안 트윈파크`는 당시 1순위 청약경쟁률이 평균 31대 1을 기록한데 이어 계약률도 100%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측이 좋은 동호수를 모두 차지해왔던 것과 달리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 로열층을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한 것"이라며 "미분양이 발생해 집값이 떨어지면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급제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선 조합측이 지분율이나 추가부담금 문제로 인해 일반분양가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조합들도 일반분양 물량의 미분양을 최소화하는 마케팅이 유리하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조합이 지금당장 이익을 좀 덜 가져가더라도 동호수 배정이나 분양가 책정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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