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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금융빅뱅)②KB·하나금융, 은행권 지각변동 `핵`

김수연 기자I 2009.10.14 10:34:00

KB금융, 외환은행 인수해 독주체제 굳히기?
`만년 4위 탈출` 하나금융도 `일촉즉발`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매물로 나온 은행이 있다면 다른 편엔 이를 사러 다니는 은행도 있다. 팔리는 처지가 된 사연이 각양각색인만큼, 사지 않고는 못배기는 은행들의 사연도 절절하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바로 내년으로 예고된 은행권 M&A 폭풍의 한가운데 있다. 이들은 인수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다.

◇ 태풍의 핵 `KB금융`

KB금융그룹은 여러모로 M&A 폭풍의 핵이다. KB금융이 어떤 식으로든 M&A에 나선다면 이를 계기로 국내 금융권은 또 한차례 합종연횡과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KB금융은 돈이 많다. 보유한 자사주가 3조여원에 이르고 지난 9월 1조1000억원의 증자도 실시해 자기자금만 4조원이 넘는다. 증권가에서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M&A를 위해 7조여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넉넉한 자금으로 가장 맞춤한 매물은 물론 외환은행이다.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제시한 가격은 지분 64.62%, 주당 1만5400원으로 총 6조여원이었다. 또 이어 지난 2007년 론스타와 HSBC가 합의했던 가격은 지분 51.02%를 주당 1만8045원, 경영권 프리미엄 약 30%인 6조여원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에 외환은행 지분 50% 이상의 가격은 4조~5조여원선으로 예상되며 이는 KB금융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또 가계대출에 특화된 국민은행과 기업금융 및 외환에 강한 외환은행의 결합은 중복 인력과 지점 문제도 최소화해 시너지가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오늘날의 국민은행은, 1위라는 위상에 비해 기업금융에 취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IMF 위기로 기업들이 쓰러지고 더불어 은행도 부실화되던 때, 국민은행이 `우량은행`으로 1위 자리를 꿰차는 데는 기업여신을 상대적으로 적게 취급하고, 가계금융에 주력했던 덕이 컸다.
 
때문에 뱅커들 사이에서는 `집담보대출이나 하는 은행`이라며 은근히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반면 외환은행은 외환업무에 특화했고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하다.
 
또 상대적으로 해외 네트워크가 약한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외환은행이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탐낼만 하다. 외환은행은 현재 중국 일본 홍콩은 물론 필리핀, 싱가포르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체코 등 유럽, 러시아 이밖에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국, 호주, 파나마, 칠레, 브라질 등에 모두 지점이나 현지법인 등의 형태로 진출해 있어 국내 은행 중 최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 국민과 외환은행 해외진출 현황. 외환은행의 네트워크가 압도적으로 많다.

 
경영진도 의지가 높다. 최근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을 겸직하게 된 강정원 국민은행장 역시 M&A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더구나 작고한 부친이 외환은행 뱅커였던 강 행장은 외환은행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인규 KB금융 전략담당 부사장 겸 국민은행 부행장 역시 "은행간 합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하나금융, `이대로 뒤쳐질 순 없다`

하나금융 역시 M&A에 목마르기는 마찬가지다. 작은 투자금융회사에 불과했던 하나금융이 자산 100조원대의 빅4 은행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원동력은 M&A 였다. 1998~2002년 충청·보람·서울은행을 잇따라 인수·합병해 성장했다.

하지만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해 외환은행, LG카드 인수에 나섰다가 거푸 실패했다. 이에 3위권 밖이 고착화되는 상태다.
 
올 6월 말 현재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175조원으로, 선두그룹의 300조원대 ( KB금융그룹 333조원, 우리금융그룹 330조원, 신한금융그룹 314조원)에 한참 못미친다. `빅 4`라지만 간격이 벌어진 4위다.
 
선두그룹도 아니고 특정 분야에 특화한 소형 전문은행도 아닌 어중간한 만년 4위로 남았다가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충격으로 악재도 잇따랐다. 특히 다른 대형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상대적으로 선방했기에 하나금융의 아픔은 더 컸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하던 중견기업 태산LCD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2500억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작년 3분기에 적자까지 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안정되면서 충당금이 이익으로 돌아오는 등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노련한 승부사 김승유 회장이 대어를 낚아 `뒤집기 한판`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김 회장은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재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두문불출하며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 설립에 몰두했지만, 최근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을 맡아 다시 전면에 나섰다. 
 
이어 하나금융은 1조여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1조원이라는 돈은 은행 대전 차원에선 턱없이 적은 규모지만, `큰 건`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는 하나가 우리금융을 욕심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발원지는 다름아닌 하나금융 자신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들은 최근 1년여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얘기를 버릇처럼 했다. 최근 1조원 유상증자를 추진, M&A 대비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이전까지의 얘기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M&A의 핵인 두 은행이 손을 잡고 외환은행을 M&A할 가능성도 회자된다.

2nd 금융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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