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키장 이용객은 2000년 348만 2000명에서 2006년 595만 8000명. 6년 새 1.7배로 증가했다. ‘사서 고생’ 족이 줄어들긴커녕 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 SDI 연구팀의 주남규(43)씨도 스스로 ‘미친 사람’(좋게 말해 ‘마니아’)을 자처하는 이들 중 한 명. 주씨는 벌써 7년째 겨울을 스키장에 갖다 바치고 있다. 동호회에서 알게 된 20~30명과 회비를 갹출해 같이 먹고 자는 ‘시즌방’을 빌려놓고, 겨울 내내 스노보드를 타는 식이다. ‘딴지 스노보드 레저 사관학교’에서 ‘생도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대체 스노보드를 왜 타느냐”라는 질문에 “구속에서 벗어나는 맛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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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하는 ‘스노보드에 빠진 이유’를 좀 더 들려주면 이렇다.
첫째, 마구 넘어지고 뒹굴면서 몸이 자유로워진다. 슬로프를 휙 내려올 땐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기분”마저 든다고.
둘째, 평상시보다 과감해지는 복장 덕에 마음도 젊어진다. “나이 마흔을 넘겼지만, 보드를 탈 땐 내가 젊은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싶으니까요.”
셋째, 눈밭에서 뒹굴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든다. 한 마디로 “현대인의 호연지기”를 익히게 된다는 거다.
유명 웹사이트 ‘헝그리 보더(www.hungryboarder.com)가 표방하는 ‘보드족’의 자질은 좀더 거창하다. ‘비록 빈대를 붙거나 목숨 걸고 노숙을 할지언정 남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됨. (일반인에게) 어떤 심한 말을 들어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정신수양이 필수!’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안 되는 경지다.
‘스키 심리학’의 저자 단국대 체육학과 허진영 교수는 이들의 행동을 두고 세 가지 해석을 내놨다. 먼저, ‘적정량의 스트레스가 주는 쾌감설’.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게 움직이다 보면 우리의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 때의 스트레스가 끌어내는 베타 호르몬이 우리의 신체를 오히려 역동적이고 에너제틱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 허 교수는 “스트레스에도 최적수준이라는 게 있다”며 “기본기를 익힌 후 자신감이 붙은 초보자가 눈밭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때 얻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쾌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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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통제설’도 있다. 넘어질 줄 알았는데 넘어지지 않았을 때, 뛰어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장애물을 뛰어넘었을 때, 즉 스스로 몸을 컨트롤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소위 ‘자기 통제’의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사람들이 미치는 건 이런 자기 통제의 경험이 다른 스포츠보다 더 많고 강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충분히 연습을 하고 기본기를 갖춰 자신감을 어느 정도 얻었을 때의 이야기다. “스키장에서 극도로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재미가 없을 때죠. 한 마디로 내가 못 타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날 때입니다.” 흥분과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려면 초반에 ‘세게’ 훈련을 하는 게 좋다. 10주에 걸쳐 조금씩 배우느니, 아예 하루 이틀에 몇 달치를 몰아 연습해 기본기를 익히면 빨리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세 번째 해석은? “뭐,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장비나 숙박비로 엄청나게 깨진 돈이 아까우니 계속 타게 되는 거죠.” 듣던 중 제일 그럴듯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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