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에 시장 예상보다 3000억원 가량 많은 2조66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썰렁하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목표주가 하향조정하는가 하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한 증권사도 있었다. 3분기는 애널리스트를 당혹스럽게 만들만큼 좋았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이같은 시각을 반영해 15일 12시31분 현재 삼성전자(005930)는 전일대비 2.69% 하락한 54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삼성그룹내에 있는 삼성증권도 삼성전자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3분기 예상을 상회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대비 14.5% 낮은 59만원으로 조정했다.
특히 내년 1분기는 극심한 메모리 수급악화로 2001년 3월 이후 가장 어려운 반도체 업황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삼성증권은 예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부분이 '영업적자'를 시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진호·배승철·조형수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의 극심한 공급과잉으로 지난 2분기보다 영업이익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며 "반도체부문의 영업적자 가능성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의 올해 설비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점도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지수·김시정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부분의 투자액을 1조4000억원 상향조정한 것은 메모리 시장의 회복을 연기시키는 부정적인 요소"라며 "메모리 시장에서 상위업체간 경쟁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삼소분은 휴대폰 부문의 증가분을 넘어설 것"이라며 "4분기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명섭 CJ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는 내년 출하량 증가율의 목표 달성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공급과잉 상황을 감안하면 업황에 부정적인 뉴스"라고 말했다.
다만 임승범 한화증권 연구원의 경우 "지난 2005년 이후 삼성전자는 설비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왔던 만큼, 이번 설비투자 상향은 선두업체로서의 지위 강화라는 전략으로의 선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긍적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 관련기사 ◀
☞대만 파워칩, 공급량 고수..삼성전자에 맞짱?
☞`삼성전자도 이런 실수를`..실적 두번 공시 해프닝
☞코스피 2010p후퇴..외국인매물에 프로그램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