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종병원은 지난달 2일과 7일 각각 몽골 국적 A씨(54)와 러시아 국적 B씨(60)에 대한 관상동맥우회술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아진 관상동맥(심장동맥)을 대체하는 혈관을 연결해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수술이다. 이들은 모두 무사히 회복해 일주일 후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자국에서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진료기록마저 턱없이 부족했다.
인천세종병원에 따르면 몽골 국적 A씨는 관상동맥 조형술 검사 결과 관상동맥 3곳이 막힌 상태였다. 석회화도 발견됐다. 석회 제거 및 관상동맥우회술이 시급했지만, 자국 내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하다는 답만 되풀이됐다. 몽골과 가깝고 비자도 필요 없으며 수술비도 저렴한 중국에서 수술할까 고민했지만, 역시 수술 가능 여부는 보장할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그는 외국인 환자에게도 친화적인 인천세종병원을 택했다.
또 러시아 국적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국을 돌고 돌다 한국에서 새 삶을 찾았다. 그는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을 갖고 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찬 기운을 받으면 갑자기 가슴 통증이 발현된다. 문제는 막힌 혈관이 작다는 것. 자국 병원에서는 수술시 사망 가능성이 크다며 치료에 손사래 칠뿐이었다.
B씨는 “협심증 때문에 매일 불안한 삶을 살았다. 수술하면 된다는데, 정작 해 줄 병원이 없어 포기하고 지내던 중 인천세종병원 정보를 얻게 됐다”며 “난생처음 한국에 와서 치료받았다니 꿈만 같다. 내 몸 상태를 놓고 정말 많은 분이 연구했다고 들었는데, 모든 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같이 자국에서 사실상 치료를 포기했던 외국인 환자에 대해 잇따라 수술 성공을 이뤄내며 인천세종병원의 의료진 역량은 물론,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수술 성공에는 무엇보다 심장치료 명의들의 협진이 빛을 발휘했다.
환자들의 주치의는 최락경 부장·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심장내과), 집도의는 이영탁 심장혈관센터장(심장혈관흉부외과)이 담당했다. 최 부장은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과 대동맥질환, 복잡 고난이도 중재술의 권위자다. 세종병원 재직 중 그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미국 드렉셀 의과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의료기술을 전파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가진 94세 초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경피적대동맥판막삽입술(TAVI)에 성공하는 등 변함없이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센터장 역시 지난 2013년 미국 드렉셀 의과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좌심실보조장치(LVAD)와 중증 심부전 환자에 대해 연구했다. 이어 미국 로체스터 메이요 클리닉·펜스테이트 병원 연수를 마치고, 국제심폐이식학회 프로그램 위원과 심장이식 가이드라인 위원장을 맡은 이 분야 권위자다.
그는 (재)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임원이기도 하다. 당연직을 제외한 보건의료, 법률, 회계, 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 9명 임원중 유일한 심장 분야 전문 의료인이다. 그의 저서 ‘심부전과 살아가기’는 중증 심부전 환자들 사이에서는 필독 서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센터장은 심장이식은 물론 인공심장 삽입, 관상동맥우회술의 권위자다. 지난 1996년 인공심폐기 없이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만드는 ‘무(無)펌프 심장동맥 우회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등 흉부외과계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뉴하트 주인공의 모델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1만여명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한 그는 24시간 응급 환자 대응을 위해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병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의료진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이처럼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심장치료 경험을 가진 베테랑임에도, 이번 외국인 환자 케이스에 방심하지 않고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환자에 비해 진료기록이 턱없이 부족한 외국인 환자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했다. 중재적 시술도 검토했지만, 고령이 아님에도 혈관이 매우 좁아진 상태여서 시술 중 사망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상동맥우회술을 결정, 마침내 수술에 성공했다.
특히 당뇨까지 심한 두 환자 상태를 고려해 내분비내과 김윤지 과장과도 협진, 당뇨약을 조절해 빠른 회복을 돕는 조치도 빼놓지 않았다. 심장내과 최락경 부장은 “외국인 환자다 보니 아무래도 그간 진료기록이 부족했다”며 “특히 사망 위험성이 있었던 만큼, 치료법에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은 “오래도록 경험과 신뢰를 쌓아온 동료 의료진과의 협진이 빛을 발휘했다”며 “협진을 통해 마침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았고, 다행히 치료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영탁 심장혈관센터장은 “모든 심장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보다 섬세해야 한다. 관련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 없이는 불가하다”며 “멀리 한국까지 찾은 외국인 환자들을 치료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 고국에서 건강한 삶을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