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았으면 큰일날 뻔"…테슬라, 비트코인 평가손실 2천억원

장영은 기자I 2022.07.26 09:59:57

테슬라 "상반기 비트코인 평가손실 1억7000만달러"
2분기에 보유분 75% 팔아서는 6400만달러 벌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테슬라가 올해 상반기 보유 비트코인으로 인한 장부상 손실이 우리 돈으로 2000억원대에 달한다고 미 증권당국에 보고했다.

(사진= AFP)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올해 상반기 비트코인 평가손실이 1억7000만달러(약 2300억원)였으며, 2분기 비트코인 매도로는 6400만달러(약 840억원)의 차익을 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회계 규정에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무기한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평가 가치가 장부가격(매입금액) 이하로 하락할 경우 손상차손 처리를 해야 한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로 평가 손실을 본 것은 올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올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을 펴면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높아지자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암호화폐는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치는 올 상반기에만 57% 추락했다.

오히려 테슬라가 2분기 비트코인을 팔아 차익을 거뒀다는 점이 놀랍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테슬라가 지난 2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보유분의 75%를 매각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팔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2분기에만 41% 급락세를 보였는데, 그 와중에 적시에 매도해 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차익 실현의 근거가 되는 비트코인 매수·매도 시기나 평균 단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가 그대로 비트코인 전량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평가손실은 4배, 즉 9000억원대에 달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암호화폐 전도사’로 불리기도 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분기에 회사 자산으로 15억달러(약 1조9700억원) 어치 비트코인을 처음으로 구매했다. 머스크는 보유 비트코인 매각 사실을 밝히면서도 “앞으로 우리는 확실히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현금 보유를 늘릴 필요가 있어 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일 뿐 이라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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