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접종률 70% 넘었는데도 확진자 줄지 않는 이유는?

박경훈 기자I 2021.09.22 15:41:52

5일 1490명→12일 1755명→19일 1910명
델타 확산·거리두기 긴장 이완, 거의 모든 곳 집단감염
문제는 접종률 높아도 확진자 잡기 어렵다는 점
정부, 추가 방역조치 완화 예고…갑론을박 치열 전망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코로나19 백신이 없던 지난해 추석 연휴와 달리 올해는 1차 접종률이 70%를 넘었는데도 코로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실제 검사 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확진자는 추석 연휴 내내 1000명대 중후반을 찍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과 방역의식의 해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고향에 다녀온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거의 모든 곳에서 집단감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72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6일부터 1주일 확진자는 1943명→2008명→2087명→1910명→1605명→1729명→1720명을 기록했다. 반면 백신 누적 접종률은 1차 71.2%, 2차 43.2%를 나타냈다.

특히 수도권 상황이 심각하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지난주 수도권의 하루평균 확진자는 1400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역대 최고치였던 전전주 1268명보다 11%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통상 총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을 걸치면 확진자는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5일 0시 확진자는 1490명(검사 건수 11만 9650건), 12일은 1755명(검사 건수 10만 7983건) 등으로 통상 평일 2000명 안팎(검사 건수 16만~18만건)보다 줄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인 1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910명으로 2000명에 가까웠다.

백신 접종이 없던 지난해 추석 연휴의 경우 9월 30일 113명을 시작으로 77명→63명→75명→64명(10월 4일) 등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추석에는 이동과 만남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비변이 바이러스가 유행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직접적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우선 델타 변이 확산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백신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기 전에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델타와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금 상황에선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이 델타, 델타플러스, 감마 등 여러 변이에 모두 효과를 가질 수 없다”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일정 부분 중증화율을 막아주지만,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접종률 높아져도 확진 증가세 잡기 어려워”

방역의식이 해이해진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동과 만남이 증가하면서 집단감염이 빈발하고 있다. 실제 추석 연휴 중에도 병원, 노래방, 건설현장, 육류가공업, 제조업, 유치원, 시장, 유흥업소 등 일상생활 거의 모든 곳에서 집단감염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더욱 높아져도 확진자 증가세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전체 인구 약 590만명의 82%가 접종을 완료한 싱가포르의 경우 이날 기준 신규 확진자가 1178명으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만해도 확진자가 100명 이하였지만 이후 방역조치를 풀자마자 급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다만 70대 이하 사망률이 0%를 보이면서 중증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확진자 증가세속에서도 ‘위드(With) 코로나’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재연장이 끝나는 10월 4일 이후 추가 방역조치 완화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당장 빠르면 이번주 후반, 늦어도 다음주 중 총 검사 건수가 통상 수준을 회복하면 확진자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방역조치 완화, 이에 따른 위드 코로나 전환을 두고 갑론을박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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