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황 우려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24% 빠지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주요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은 같은 날 1.16% 하락했다.
반도체주는 시장조사기관 프렌드포스가 PC 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재고로 D램 가격이 4분기 최대 5% 하락할 것이란 분석에 전일 전반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규제 점진적 해제로 노트북 수요 둔화도 PC D램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000660)의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16만5000원에서 13만원으로 21% 내려 잡았다. D램 평균가격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각각 5%, 10% 하락한 이후 내년 2~4분기 반등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14조4000억원에서 10조8000억원으로 하향조정한 영향이다. 다만 단기간 급락세에 따라 추가적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 시장 고객사들의 6개월 단위 구매 패턴을 생각하면 2022년 2분기와 3분기에는 D램 평균 가격이 반등한다고 가정할 수 있겠다”며 “하지만 최근 PC D램 현물 가격 하락이 ‘왝더독(Wag the Dog)’ 현상처럼 서버 D램 가격 하락을 유발한 이후 가격 반등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가혹하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무려 절반 가까이(48.7%) 낮췄다. 투자의견은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8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8.3% 내리며 투자의견은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마이크론에 대해서는 105달러에서 75달러로 28.6% 낮추며 투자의견 ‘중립’(Equal-weight)으로 조정했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 CLSA도 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언더퍼폼(비중 축소)’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는의 경우 삼성전자는 11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내렸다.
CLSA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코로나19에 따른 IT 수요와 데이터 센터 재고 축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PC와 스마트폰 OEM 업체들이 재고 축적을 완화하기 시작했다”며 “올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D램과 낸드의 혼합 평균판매단가(ASP) 25% 하락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다만 반도체 다운사이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날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보유 중인 재고가 1주 미만으로 거의 없고, 생산 보틀넥(병목현상)도 심화되고 있다”며 “2018년 4분기에서 2019년 4분기 때와 같은 ‘깊고 긴 가격 조정’이 재현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다. 올 4분기에서 내년 2분기 모멘텀 둔화 과정을 거쳐 늦어도 내년 3분기부터는 재차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