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0일 보고서에서 “코스피 기준 52주내 고점 대비 마이너스(-) 20%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해 약세 국면에 진입한 상장사의 비율이 88%에 달한다”며 “MSCI 이머징 마켓 기준 약세국면 진입 상장사 비율이 67%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매우 약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 내 약세장 진입 상장사 비율은 무려 94%에 달한다. 이는 2000년 닷컴버블, 2002년 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으나 2012년 남유럽 채권위기, 2015년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충격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란 분석이다.
설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반도체 업종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간 무역분쟁의 단골 이슈가 됐던 자동차 업종의 투자심리 위축이 두드러진다”며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통신 등 방어주 성격이 강한 업종들의 약세 또는 조정 국면 진입 상장사 비율이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의외로 제약, 바이오 업종은 미국, 런던, 일본 등 선진국에 상장한 회사들의 주가 하락폭이 제한되며 약세 국면에 진입한 기업 비율이 낮았단 분석이다.
다만 투자심리 위축이 과도하게 번지고 있단 해석이 나온다. 설 연구원은 “본격적인 약세장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거래량은 계속 감소하고 배당수익률은 역사적 최고치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 평균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배당수익률이 주가 하락에 급등하긴 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단 낮은 수준이다. 설 연구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익도 증가율이 둔화되나 전년동기보다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은 유지되고 있다”며 “과거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투자심리 위축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나 과도한 투자심리 위축이 완화되며 증시 하락폭이 점차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