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한민국 SW 개발자의 평균모습은 30대 남성으로 전산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수도권에 있는 중소 영세 업체의 정규직으로 일하는 프로그래머다. 살인적인 야근으로 30대 이후 여성 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6일 장하나 의원(민주)이 주최한 ‘을이라도 되고 싶은 IT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W 개발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때문에 이대로는 창조경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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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정보시스템에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양모 씨는 “연간 약 4000시간을 넘는 과로에 시달려 폐렴 진단을 받고 폐의 절반을 잘라냈다”면서 “매일 새벽 퇴근하면서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입 다물고 월급 받는 생활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그는 “농협전산망이 자주 다운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단축된 프로젝트 기간, 살인적인 외근으로 막장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이유도 있다”면서 “정부는 연간 근무시간을 1900시간으로 줄인다고 할게 아니라, 야근수당을 주지 않고 직원을 혹사하는 불법 업체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는 더 심각하다. IT노조에 따르면 2004년 6.3%에 머물렀던 SW 프리랜서 비중이 2013년에는 19.4%로 상승했다. 과당 경쟁으로 기업들은 무리한 수주를 하고, 이 때문에 정규직을 늘리기보다는 일명 ‘IT보도방’이라고 하는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개발자를 모집하는 식이다.
나경훈 IT노조 위원장은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건설현장의 ‘쓰메기리(유보임금)’처럼 일한 다음 달에 임금을 받고, 계약을 마칠 시점에 던져 준 일을 다 못하면 마지막달 월급은 못 받는다”면서 “노동부에 가면 민사로 해결하라고 하는 등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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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대한민국 SW 개발자들에게 구글 같은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재왕 소프트웨어개발환경개선위원회 대표는 “정부가 훌륭한 인재를 뽑아 교육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개발이 즐거운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SW는 매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연구개발(R&D)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선 인문학이나 예술에 관심을 갖거나 외부 세미나에 참석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최대 8차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바꾸고, 열린 SW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하나 의원은 “창조경제가 잘못가면 SW 개발자가 양적으로만 늘고 현실은 악화될 수 있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도 비슷한 취지의 연구용역을 하는 걸로 알지만, 소프트웨어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소프트웨어진흥법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은 도급받은 사업금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하도급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영준 정보화사회실천연합 대표는 “SW 공학이 잘 되면 품질은 향상되고 엔지니어의 위상은 격상된다”면서 “그러려면 정부 정책은 기업 지원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