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잠재적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ETF, 9년만에 100종목 시대 열어..새로운 유형 `속속`
ETF는 이달 중 대망의 ’상장종목 100개 시대’ 막을 올린다. 지난 2002년 시장이 개설된 이후 약 9년 만이다. 2002년말 3400억원에 불과하던 순자산총액은 올 6월말 8조2000억원대로 무려 25배 가까이 커졌다.
자산규모 기준으로 세계 12위다.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다. 상품을 만들 때 기초가 되는 자산이 훨씬 다양해졌다. 코스피200지수 등 시장 대표지수와 주요 업종지수는 물론 해외지수를 기초로 삼는 ETF가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재와 통화 등 주식 아닌 다른 영역으로도 발을 넓혀가는 추세다. 지난 2월 처음으로 통화를 기초로 하는 ’KOSEF 미국달러선물’이 나온 데 이어 콩과 구리 등 실물자산을 활용한 ETF가 잇따라 등장했다. 올 들어서만 원자재 ETF 5개, 통화 ETF 2개가 출시됐다.
이밖에도 한국거래소는 올 하반기부터 ’인핸스드(Enhanced) ETF’와 ’액티브(Active) ETF’ 등 외국에서 이미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ETF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핸스드 ETF는 좀 더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특정지수 수익률에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3의 지수를 추종한다.
액티브 ETF는 추종하는 지수의 변화폭보다 훨씬 더 크게 움직이도록 운용하는 상품이다. 단순히 지수 흐름을 따라가는 기존 ETF보다 변동성이 더 커지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 ELS,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 최대..매력 더 높아졌다
올 들어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상품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ELS다. 올해 상반기에만 20조원 가까운 물량이 발행됐다. 사상 최대다. 발행건수도 가파른 증가세다. 상반기 중 발행된 ELS는 8212건으로, 작년 전체 발행건수의 80%를 이미 넘어섰다. 발행금액이나 건수 면에서 연간 기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역시 코스피200지수. 최근에는 홍콩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나 S&P500지수 등 해외지수 활용도가 높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증시 조정이 계속되면서 종목보다 지수를 찾는 수요가 많았던 데다 변동성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헤지에 유리해 투자자와 증권사 양쪽에 이점이 크다는 점이 작용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HSCEI에 다소 편중된 측면은 있지만, 해외지수를 활용한 ELS는 올해 ELS 투자의 키워드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수익구조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까지 기계로 찍어낸 듯 천편일률적이었던 스텝다운형(step-down)을 살짝 변형한 상품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인기가 높은 유형은 수익률이 낮은 수준에서 고정돼버리는 위험을 최대한 낮춘 상품이다. 상품이 설정된 후 일정 기간까지는 수익률이 하향 고정되는 넉아웃(Knock-out) 조건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또 기초자산 두 종목 가운데 한 종목의 수익률에 일정 비율을 곱해 추가 수익을 주는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정환 대우증권 파생영업부장은 “조정장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하락 위험을 방어하는 유형을, 반등에 대한 기대가 큰 투자자들은 추가 수익이 가능한 유형을 택할 수 있다”며 “최근 장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의 상품 출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현물과 균형있는 성장 필요..과다쏠림 경계해야
몸집이 커지고 체력이 늘어나는 데는 성장통이 불가피하다. ’E 형제’ 역시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내실있게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고개가 적지 않다. 현물을 기초자산 삼아 2차로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보니 원래의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문제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지적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실제로 ELS는 만기일에 증권사가 일부러 기초자산 주가를 떨어뜨려 조기 상환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주가를 조작했다는 명목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ETF 역시 일부 종목에 지나치게 거래량이 편중되면서 현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ELS는 헤지하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을 샀다가 파는 과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헤지용 매매인지,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매매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며 “비슷한 사례가 끊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판단의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TF는 소수 종목에 집중된 거래를 보다 다양한 종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종목의 경우 한 달 새 10주도 채 거래되지 않을 만큼 거래량이 미미한 형편이다.
이창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고수익 투자성향이 강해 ETF와 같은 장기·분산 투자형 상품시장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ETF시장의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을 해소하고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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